ADVERTISEMENT

영사와 주사

중앙일보

입력

흔히 영사를 찾는 사람이 있다. 꼬마가 잘 자지 않고 울며 보챈다든지 자면서 깜짝깜짝 놀라니까 영사를 조금 먹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영사와 주사는 다르거니와 그런 경우에 주사를 먹이는 것도 의학적이 아니다.

주사는 자연산의 붉고 반투명한 광물로서 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영사는 인공적으로 수은과 유황을 섞어서 고열로 수차 녹여서 주사(유화 수은)를 만든 것인데 매우 숙련된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수은이 남아 있게 되어 먹을 수가 없고 붉은 색의 붓글씨를 쓰는 데에나 사용할 수 있다.

자연산 주사 가운데 크고 단단하며 투명도가 좋은 제품을 경면주사라하여 상품(上品)으로 분류한다. 주사는 인체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수은중독의 위험은 없으나 매우 무거운 광물질이라 물에 벌겋게 뜰 정도로 미세하게 갈지 않으면 일부가 장의 융털 사이 에 끼어 있다가 오랜 세월을 두고 서서히 장에 물리적 자극을 주어 염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막자에 물을 약간 넣고 여러 시간을 갈아서 물을 흥건히 붓고 저으면 덜 갈린 주사는 바닥에 금방 가라앉고 갈린 주사는 물에 벌겋게 뜬다. 이 물만 조용히 딴 그릇에 받아서 하루 밤을 재우면 주사는 물에 녹지 않으므로 가라앉는다. 윗물은 버리고 이 가루를 말리면 비로소 약제로 쓸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어른 기준으로 1회 3내지 5푼 (1.5-2g)을 먹는데 며칠 이내에 붉은 대변을 보면서 대변에 섞여 전량 배설된다.

주사는 경기(대개 열성 경련)와 간질 치료에 보조적으로 쓰이는 약으로서 심장에서부터 상기되는 것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주로 한다.

그러나 흔히 우는 경기라 하여 밤에 칭얼거리며 보채는 것은 대개 배가 아파서 우는 것이니 차가운 우유나 물을 먹이는 어머니는 당장 따뜻하게 데워 먹여 보고 그래도 안되면 한의원이나 소아과에 문의해야지 경면주사는 전혀해당 사항이 아니다. 또 아기가 자 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는 대개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