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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성금 내는 韓과 달라···실리콘밸리 코로나에 기술 맞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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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해커톤 참여를 밝히고,직원에 1000달러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AP=연합뉴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해커톤 참여를 밝히고,직원에 1000달러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만 명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테크(tech·기술)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IT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유튜브  글로벌 플랫폼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딛고 성장한 것처럼, 코로나19 이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실리콘밸리의 테크 리더들은 이번에도 기술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① 코로나에 맞설 '기술'을 찾아라

24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6일부터 '#빌드코로나19(#buildforcovid19)'라는 글로벌 온라인 해커톤에 참여한다"는 글을 올렸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내에 개발자들이 끝장 토론을 하면서 성과물을 내는 방식이다.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이 코로나19에 맞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해커톤 참여 계획을 공지한 것. 이 해커톤에는 MS, 핀터레스트, 틱톡,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 대표 기술기업의 엔지니어 900여 명이 참가한다. 이같은 기술 기업들의 움직임은 한국ㆍ일본ㆍ중국 기업들이 마스크나 성금을 기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MS와 구글도 미국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AI 데이터베이스 챌린지(CORD-19)'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의 데이터 커뮤니티 '캐글(Kaggle)'을 통해 공개된 이 챌린지는 코로나19 대응책을 모색하는 도전이다. 참가자들은 1차 마감일인 다음달 16일까지 아이디어를 내면 된다. 이를 위해 코로나 관련 논문 2만 9000건 전문이 공개됐다.

② '코로나 퍼스트' 핵심기술·자원 공유  

아마존, 구글, MS 등 테크 거물들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자사의 핵심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인공지능 기술기업인 딥마인드팀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 AI 시스템을 활용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자원도 투입된다. IBM·아마존·구글·MS 등은 22일 각각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개방하고 상호 연결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인 IBM서밋도 이번 컨소시엄에 포함됐다.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생필품 구입난에 빠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생필품 아닌 물건 배송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물류·배송 역량을 생필품에 집중하겠다는 거다. 제프 베조스 CEO는 코로나19로 실직한 10만여 명을 아마존에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③ 정부에 무조건 협조는 No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정부에 협조하되 선도 분명히 긋는다. 지난 11일 백악관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가진 긴급회의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테크 기업은 '가짜뉴스삭제'나 '코로나 연구 분석' 요청은 받아들였지만, 위치 정보 공유나 바이러스 추척에 필요한 고객데이터 제공 요청은 거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웠다. 그는 24일(현지시간) 지식 콘퍼런스 테드(TED) 커넥츠 강연에서 "미국이 셧다운을 하지 않아 코로나19를 통제할 기회를 놓쳤다"며 그는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이 있다는 이유로 쌓여가는 시신을 무시한 채, 사람들에게 식당에도 가고 집도 사라고 하는 건 냉정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부활절 즈음에 통제를 완화하려는 기조를 보이자, 정면으로 이를 겨냥해 비판했다.

글로벌 IT업체 CEO의 코로나 관련 발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글로벌 IT업체 CEO의 코로나 관련 발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테크 리더십의 실속, 위기가 곧 시장엔 기회

거대 테크 기업들의 코로나19 참전에 '계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가장 큰 승자는 최근 수년간 클라우드 사업을 키워온 아마존·구글·MS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던 기업들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갈아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화에 저항해 온 모든 기업이 코로나19로 여러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클라우드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크 유망주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줌(Zoom)·MS 팀즈 같은 원격화상 솔루션은 일시적 무료제공을 통해 새시장을 개척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미 25억명이 쓰고 있는 페이스북에게도 코로나19는 기회다. 가짜뉴스와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신뢰를 잃어가던 페이스북은 연일 미국 정부, 보건의료 학자, WHO(세계보건기구) 등과 협력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이 대통령보다 더 믿음직스러울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가 코로나 위기에서 신뢰를 쌓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거짓정보에 적극 대응하고 전문가의 의견 등을 빠르게 전달하며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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