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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진단 개발, 고마워!”…트럼프 담화에 놀란 구글 '우리 아니에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이 새로운 진단 검사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이 새로운 진단 검사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진단사이트 고마워, 구글!” (트럼프 대통령)

“저희 아닌데요?” (구글)
코로나19로 미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직후 일어난 상황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구글이 만든 웹사이트로 시민들이 코로나19 증상을 자가진단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자가진단 후 가까운 연구소에 검사 신청까지 웹에서 할 수 있게 된다며 “구글에 고맙다”고 했다.

구글, '우리 아닌데…' 

당일 구글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한 게 아니고 내용도 다르다’는 취지다. 이날 구글 공식 계정은 ‘베릴리’ 측의 입장을 전했다. 베릴리는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산하의 의료기술 관련 회사다. 구글과 베릴리는 자매회사인 셈이다.

구글에 따르면, 베릴리는 “개인들이 코로나19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 중인데 현재는 초기 단계”라며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이리어 지역에서 곧 시험 운영할 계획이며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릴리는 “정부와 업계의 도움에 감사하며 이 작업에 자원해 준 구글 개발자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구글이 코로나 19 진단 기술 작업과 무관한 것은 아니라고, 대통령의 말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회견에서 “구글이 1700명 개발자를 이 일(진단검사 웹사이트 개발)에 투입했고 큰 진전을 봤다”고 말했었다.

뒷수습 나선 구글 '대통령이 틀린 건 아니고' 

트럼프 식의 ‘과장 화법’과 ‘이것 저것 다 하는’ 구글식 기술 확장이 결합해 나온 해프닝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말을 구글이 즉시 부정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구글은 다음날인 14일 공식 계정에서 부연 설명을 하며 사태를 마저 수습했다. “구글은 미국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 19 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중”이며 “구글·유튜브 검색에서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 방지 작업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글의 헬스케어 야심

구글은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의료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베릴리도 구글 내 실험조직 '구글 X' 소속이었다가 2015년 독립한 경우다.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의료 기술을 결합한 ‘개인화된 의료’다. 신생 기업이지만 구글 가문의 일원답게 글로벌 제약회사와 협업도 활발하다. 노바티스와는 당뇨를 진단하는 콘택트렌즈를, 존슨앤존슨과는 수술용 소형 로봇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는 생체전자공학 장치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베릴리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심전도측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에 대한 승인을 받기도 했다.

구글은 손떨림 방지 의료기기 벤처 '리프트 랩스', 모바일 건강 모니터링 스타트업 '세노시스 헬스' 등도 인수했다. 알파벳의 투자 자회사 '구글 벤처스'는 개인에게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23앤드미(23andME)’에 창업 초기부터 투자했으며, AI로 암 치료 및 검진 기술을 연구하는 벤처기업 '그릿스톤', '프리놈' 등에도 투자했다.

한편 구글은 AI 자회사 딥마인드를 통해 코로나19의 정체를 파헤치는 중이다. 지난 6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딥마인드가 코로나 19 관련 단백질 구조예측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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