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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예금금리 시대, 1000만원 1년 맡겨 10만원도 못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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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0%대 예금 금리가 현실이 됐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여파로 주요 은행이 수신금리를 잇달아 내리면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4곳의 예금금리는 이달 들어 대부분 0%대로 낮아졌다. 1000만원을 예금해도 연 이자가 10만원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한은 기준금리 0.5%P 내리자 #시중은행들 잇따라 1%이하로 #적금 이자까지 0%대로 떨어져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고정금리형 예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금리를 구간별로 0.1%포인트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최대 1.05%에서 0.95%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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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우리 WON모아 예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를 0.5%로 낮췄다. 해당 상품은 지난달까지 연 1%의 금리가 적용됐다. 신한은행 정기예금 상품인 ‘신한 S드림’의 1년 만기 기본금리도 1.35%에서 1.1%로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주요 정기 예·적금 상품 기본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어 자유 입·출금 예금상품에 적용되는 기본금리도 최대 연 0.2%에서 0.1%로 낮췄다.

SC제일은행·씨티은행 등과 함께 지방은행도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그나마 이자율이 높았던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이달 들어 ‘OK정기예금’, ‘OK e-정기예금’ 등 상품의 1년 만기 금리를 1.9%에서 1.7%로 낮췄다. 일부 은행은 주요 적금상품에도 0%대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은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에 적용되던 금리를 1.15%에서 0.75%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런 주요 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진은 예전과 비교하면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주요 시중 은행들의 수신 금리는 4개월 만인 올 2월에 조정됐다. 당시 다른 은행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눈치보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우선 금리가 워낙 낮게 형성돼 있다 보니 금리 차이에 대한 고객들의 체감 정도가 둔해졌다. 또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꾸준히 정기예금 잔고는 늘고 있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하조치는 주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올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수신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졌다”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기본 금리를 낮춰도 기존 가입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기가 가까워진 고객은 고민이 커질 수 있다. 마땅히 돈 둘 곳을 찾기 어려워서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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