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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폭락, 100조 ELS ‘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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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날부터 객장을 일시 폐쇄했다. [EPA=연합뉴스]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날부터 객장을 일시 폐쇄했다. [EPA=연합뉴스]

2017년 10월 S증권사가 발행한 ‘ELS 제14581호’에 가입한 최모(65)씨는 지난 17일 원금 손실위험이 발생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상품은 유로스톡스50·홍콩H지수·코스피3(코스피200 선물 1.5배 레버리지)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다. 그런데 코스피3 지수가 발행 당시인 2017년 10월16일 1863에서 지난 16일 1096까지 41%나 떨어지며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최씨는 “만기가 올해 10월로, 7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 재테크’ 상품 원금손실 공포 #유로스톡스50, S&P500, 코스피 등 #손실구간 진입, 반등도 불확실 #원금손실 188건 공지한 증권사도 #마진콜까지 빗발쳐 자금난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 불리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무더기 손실 위험에 처했다.

ELS는 주가지수나 종목 같은 이른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주도록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다. 주식 투자보다 위험이 낮으면서 예·적금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매력에 투자자가 몰렸고, 증권사도 ELS 발행을 늘렸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ELS 발행액은 약 10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가 안정적이거나 상승기 땐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증시가 급락할 땐 ‘폭탄’이 된다. ELS는 통상 기초자산이 기준가 대비 35~40% 초과 하락하면 손실 가능(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최근 코로나19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고점 대비 30~40% 급락하면서 ELS 상당수가 손실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실제 S증권사에서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총 188건의 ELS에 대해 원금손실 안내(만기 배리어 하회) 공지를 하기도 했다.

원금손실 공포

원금손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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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요인은 여러가지다. 과거엔 기초자산이 1~2개였지만, 최근엔 3~4개씩 담는다. 한 곳만 무너져도 손실 위험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유로스톡스5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홍콩H 등 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둔 상품이 대거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ELS 미상환 규모는 지난 11일 기준으로 유로스톡스50이 35조6740억원으로 가장 많고, S&P500이 32조41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 최근 발행한 ELS는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지수 하락률이 예전보다 작아졌다. 2016년만 해도 손실 구간에 들어가는 지수하락률은 -40~-50%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5~-40%가 보통이다. 더 큰 문제는 폭락한 주요 지수들의 향후 반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로스톡스50의 경우 현재 2500선에서 2000선까지 지수가 밀릴 경우 고객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유가마저 급락하면서 원유에 투자하는 DLS도 같은 이유로 손실 구간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바로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6개월마다 찾아오는 ‘조기 상환’ 시점이나 2~3년 뒤로 약정한 만기 시점에 다시 약속한 지수 수준을 넘어서면 원금과 이자를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조기 상환을 기대했던 투자자는 의도와 달리 자금이 묶일 수 있고,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증권사들도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 ELS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해외지수가 폭락하자 증권사가 자체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매수한 파생상품에서 증거금을 더 내라는 요구(마진콜)가 빗발쳐서다. 당장 돈이 없는데, 일부 증권사는 1조원 넘게 필요한 상황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될 경우 8월까지 조기상환이 어렵게 되고, 헤지 비용 증가에 따른 2~3분기 ELS 관련 운용손실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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