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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주간의 최대 명절 '누루즈' 시작···코로나 분수령 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2주간 계속될 이란 최대의 명절 '누루즈'가 바이러스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부터 시작된 이란 최대의 명절 #친척 방문 등 인구 이동 많아 분수령 될 듯 #이란 정부 "미국 제재로 코로나 대처 어려워" #하메네이, 미국이 바이러스 만들었다 의혹 제기

21일(현지시간)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2만610명, 누적 사망자는 1556명을 기록했다. 이란은 중동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이란 최대의 명절인 누루즈를 맞아 19일 테헤란의 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이란 최대의 명절인 누루즈를 맞아 19일 테헤란의 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보건당국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이란 최대의 명절 누루즈가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루즈는 이란력(曆)에 따라 열리는 2주간의 연휴로 가족·친지가 모이는 명절이다. 조로아스터교에서 비롯된 신년 축제 겸 봄맞이 축제(춘분에 시작)다. 이란에선 누루즈에 음식과 상징물로 식탁을 꾸민다.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 것도 전통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20일 "앞으로 2~3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결국 '누루즈'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달렸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문제는 이란 내에서 누루즈를 위한 이동이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발생지역을 봉쇄하거나 이동을 제한하는 대신, 이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최소화할 것을 유도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미국 NPR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이래, 이란인들은 사람들이 밀집한 대중교통 대신 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래서 당국의 예상보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격리 대신 명절을 위해 친척 방문을 강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종교적 신념을 꺾지 않으려는 시민들로 이란 정부는 속앓이 중이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일부 유명 모스크의 폐쇄를 결정했지만, 시민 중에는 "신종 코로나보다 신앙이 중요하다"며 모스크 폐쇄에 반발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린 이들도 있다.

누루즈를 맞아 장을 보고 있는 이란 시민들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누루즈를 맞아 장을 보고 있는 이란 시민들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한편 이란 정부는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해서 코로나 대처가 어려워졌다'는 이른바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미국이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1일 코로나 19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1일 코로나 19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맞아 미국 정부의 이란에 대한 비인도적인 제재를 막아달라는 편지를 발표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위기에 미국은 적대적인 경제적 테러리즘(제재)을 가해 이란이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재정적 원천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21일 "은행·금융을 제재하면 인도적 물품을 거래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는 게 아니라 아예 문을 닫아버린다"라며 "미국의 협박을 받은 유럽 의료 회사가 이란에 물건을 팔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란에 수술용 기자재 등이 부족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2일 오전 국영방송 신년 연설에서 "미국이 여러 차례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며 "그들이 제공하는 약이 바이러스를 이란에 더 퍼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그 바이러스(코로나19)를 이란을 겨냥해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터다"라며 "그들이 이란에 의료진을 보낸다면 아마 바이러스의 독성이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도울 여력이 있으면 미국 국민에게나 쓰라"며 "이란은 코로나바이러스 발병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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