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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사춘기 몸과 마음에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사춘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영양상태가 개선돼 성장 발육이 좋아지는데다 사회문화적 자극에 빨리 노출되는 현대사회의 특성 때문. 실제로 요즈음 여자아이들의 초경 연령은 만13.2세. 20년 전에 비하면 2.3년이 빨라졌다.

빨라진 사춘기는 심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의학전문지 캔서 최근호는 만11세 이전에 초경을 시작한 여성은 만15세 이후에 초경을 시작한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50%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미국 하버드의대 생물통계학 캐서린 버키 박사는 "사춘기가 빠르면 몸의 세포가 신체성장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며 "이런 상황에서 흡연.음주 등 암을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되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 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초경 연령에 관계없이 폐경 연령은 대개 50세 전후라 초경을 빨리 시작할수록 오랜 기간 동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것도 유방암 발생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춘기가 또래에 비해 빠른 아이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성인이 됐을 때 최종신장이 친구들에 비해 작은 것.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유한욱 (柳漢旭) 교수는 "키는 통상 사춘기 시작 전까지는 1년에 평균 5㎝씩 자라다가 사춘기가 시작하면서 3년간 1년에 평균 8~10㎝씩 자라나는 급성장이 일어난다" 며 "초경이 시작되면서 성장속도는 둔화되기 시작해 3년 정도 지나면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사춘기가 늦은 아이는 그만큼 키가 더 자랄 가능성이 있다" 고 설명한다.

사춘기 시작 때 여자아이는 가슴이 나오면서 솜털 같은 음모가 생기고 남자아이는 음경이 약간 커지기 시작하면서 솜털 같은 음모가 자란다.

사춘기 급성장은 남자아이는 평균 14세, 여자아이는 평균 12세 경. 사춘기가 빨라지다 보면 호르몬 영향을 받아 공격적 성향이 되기도 쉽고 이성에도 빨리 눈을 뜨게 된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홍성도 (洪聖道) 교수는 "아이가 사춘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을 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며 행동문제.성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며 "생리변화는 물론 임신이 가능해 지므로 성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고 강조한다.

특히 여학생은 원래 또래 남자보다 사춘기가 빨리 오는데다 남보다 더 조숙하면 또래 남학생보다 키도 크고 성숙해져 이성을 사귈때도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학생과 어울리기 쉽다.

이 경우 또래 남학생과 어울리는 것보다 성적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성에 빨리 눈을 뜨면 자연 고민이 많아지고 공부 등 그 나이에 해야 할 과제를 멀리해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洪교수는 "또래의 이성친구를 스포츠.취미활동 등 건전한 활동을 통해 많이 알게 되면 남에 대한 이해심.사회성.자신감 등이 높아짐은 물론 생활이 즐거워 지는데다 폭력적.충동적 성향도 순화되기 때문에 사춘기 아이들에겐 이런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 하다" 고 조언한다.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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