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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놓고 몸싸움 벌어진 호주 마트, 노약자 전용 쇼핑시간 신설

중앙일보

입력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취약한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쇼핑 전용 시간대를 신설했다. 호주 전역에 995개 매장을 운영 중인 대형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Woolworths)의 이야기다.

16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울워스의 이른바 '노약자 전용 쇼핑 시간'을 소개했다.

7일 호주 시드니 수퍼마켓의 텅 빈 화장지 매대. AFP=연합뉴스

7일 호주 시드니 수퍼마켓의 텅 빈 화장지 매대. AF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울워스가 노약자 전용 시간대를 마련한 이유는 코로나19가 낳은 사재기 열풍 때문이다. 휴지 등 생필품을 마련하려면 긴 줄을 서는 건 기본이고, 매장에 진입해도 물품이 동이 나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이 슈퍼마켓에서 여성 쇼핑객 3명이 휴지를 차지하려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기도 했다.

이처럼 '몸싸움'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라 노약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울워스는 17일부터 오전 7~8시엔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고객만 입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해당 시간대에 들어가려면 연금수급자 확인증과 노인복지카드를 지참해야 한다.

호주의 또 다른 대형 슈퍼마켓 체인 콜스와 북아일랜드 케네디센터 식료품 마트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쇼핑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재기로 텅 빈 진열대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쇼핑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재기로 텅 빈 진열대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미국에서도 사재기 광풍이 불고 있다.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진정해라. 긴장을 풀라"며 "너무 많이 살 필요가 없다"며 생필품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다만 CNN에 따르면 미국 유통업체는 노약자 전용 시간대 신설에 동참하지는 않고 있다. 텍사스와 멕시코에 400개 체인점을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 에이치비는 "취약계층에게 특정 시간에 모이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은 방법이다"라며 "우리는 온라인 주문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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