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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코로나 사망자 15%가 40대 미만, 코로나 공포에 꽁꽁 싸매는 중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동 각국이 이슬람 성지 폐쇄, 영업 금지령,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와 같은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람의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동 전역을 꽁꽁 싸매고 있다.

중동 국가 가운데 신종 코로나의 최대 피해국인 이란에서 하루 동안 사망자가 100명 이상 증가하고, 걸프 지역 6개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오만)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중동 전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이란 코로나 사망자...60대 55%, 40대 미만 15% 

이란 보건부는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하루 동안 129명 늘어 누적 85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란에서 지난달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이후 하루 사망자가 이틀 연속 100명이 넘긴 것이다. 확진자는 하루 만에 1053명 늘어 1만4991명이다.

지난 15일 이란 나자프 공항에서 의료진이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 이란 나자프 공항에서 의료진이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젊고, 감염 이전엔 건강했다는 점이다. AP통신과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이란 내 사망자의 55%가 60대이며, 15%는 40대 미만이다. 또 이들 중 다수가 감염되기 이전엔 건강했다고 외신은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가 주로 노년층과 기저 질환자에게 심각한 질병을 초래한다고 알려진 것과 다른 현상이 이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폐쇄된 이란 시아파의 성지 마슈하드.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폐쇄된 이란 시아파의 성지 마슈하드. [AFP=연합뉴스]

이란 정부는 이례적으로 3주째 금요 대예배를 중단하도록 했다. 또 시아파 이슬람의 최고 성지인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영묘를 당분간 폐쇄했다. 마슈하드에서 이달 20일 열릴 예정이던 이란력(曆) 새해 명절 ‘누루즈(Nowruz)’ 행사도 개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례적으로 이날 마슈하드에서의 신년 연설을 취소했다. 앞서 중동 여러 국가에선 마슈하드를 방문했다가 귀국한 자국민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가 속출했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치료받던 마수메 엡테카르 부통령과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이 완치돼 퇴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16일 “이란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를 비롯한 유엔(UN) 기구와 국제사회의 의료품 제공 등 지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이란 내 신종 코로나 누적 완치자는 4996명이라고 밝혔다.

◇2차 감염, 외국인 감염 늘자 외국인 입국 금지 

걸프 지역 6개국은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조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동 내 신종 코로나 발병 초기엔 주로 이란을 다녀온 자국민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2차 감염이 발생하는 데다 최근 유럽 등에서 귀국한 자국민·외국인의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확진자는 카타르 337명, 바레인 214명, 쿠웨이트 112명 등으로 집계된다.

쿠웨이트에서 지난 14일 사람들이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신종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웨이트에서 지난 14일 사람들이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신종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에서 이란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카타르는 15일부터 2주간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18일부터는 2주간 경유편과 화물기를 제외하고 외국 항공사 여객기의 카타르 노선 운항을 금지한다. 또 외국을 다녀온 카타르인은 2주간 지정된 시설에 격리된다. 앞서 쿠웨이트는 13일부터 2주간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든 국제 항공편을 2주간 중단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 노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17일부터 레바논·이라크·터키·시리아 노선 항공편 운항도 잠정 중단했다. 또 17일부터 외국인에게 공항 도착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

◇유럽처럼 식당·카페·영화관 등 영업 중지   

중동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중시설에 대한 영업 금지령도 내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5일 쇼핑몰·식당·카페 등 대중시설의 영업을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다만 약국·식품점, 음식 배달과 드라이브 스루(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해 음식을 받는 방식)는 허용된다. 앞서 영화관·결혼식장 등의 영업을 금지하고, 프로축구리그 일정도 미룬 데 이어 추가 조치를 내린 것이다.

마스크를 쓴 한 사우디 남성이 지난 15일 수도 리야드의 타흘리아 거리를 걷고 있다. 그의 뒤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의 얼굴이 벽면에 그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한 사우디 남성이 지난 15일 수도 리야드의 타흘리아 거리를 걷고 있다. 그의 뒤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의 얼굴이 벽면에 그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카타르는 13일부터 영화관·박물관·헬스클럽·결혼식장 등의 영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또 호텔 결혼식과 같은 사람이 모이는 각종 단체행사를 열지 못 하게 했다. 쿠웨이트는 이달 12일∼28일 카페·식당·쇼핑몰의 영업을 금지한 바 있다. UAE는 15일부터 헬스클럽·게임장·영화관·박물관·나이트클럽·콘서트장 등이 문을 닫도록 했다.

◇이스라엘, 확진자 휴대전화 위치 추적 

이스라엘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환자와 접촉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한국처럼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15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최근 2주 이내 확진자를 접촉한 사람들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사생활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보기관(신베트)이 신종 코로나 위기 대응 기간에만 감염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사태가 끝나면 모든 정보를 폐기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이 신종 코로나 예방 조치로 학교를 폐쇄한 후 아이들이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신종 코로나 예방 조치로 학교를 폐쇄한 후 아이들이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에게 총리직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또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혐의 관련 첫 재판도 5월에서 두 달 정도 연기됐다.

◇인도·인도네시아 환자 급증해 긴장  

‘인구 대국’ 인도·인도네시아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는 지난 1월 말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지난달까지 확진자가 3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달 들어 급증하면서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107명이고, 사망자는 2명이다. 이에 인도는 다음 달 중순까지 외교관, UN 등 국제기구, 취업 비자 등을 제외한 모든 비자의 효력을 정지시켜 외국인의 입국을 막았다.

인도네시아 역시 이달 2일 첫 확진자 2명이 확인된 후 환자가 급속히 늘어 지금까지 11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4명이다. 자카르타주는 박물관·공원 등 일부 시설을 일시 폐쇄하고 휴교령을 내렸다. 인도의 인구는 약 13억5000만명이고, 인도네시아는 약 2억7000만명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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