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낮추자 日도 3년 반 만에 돈 풀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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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EPA= 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3년 반 만에 금융완화 정책 카드를 빼 들었다.

FRB 발표에 '금융정책결정회의' 앞당겨 #ETF 매입량 6조엔→12조엔, 2배 키워 #CP·사채 매입 늘리고 기업융자도 확대 #구로다 총재 "사태 영향 기간, 불확실성 커" #

16일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열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1% 낮춘다고 전격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대규모 금융완화책이 결정됐다. NHK에 따르면 BOJ는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현재의 2배 규모인 연 12조엔(약 137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연 900억엔(약 1조원) 규모인 부동산자산신탁(REIT) 구입 목표액도 1800억엔(약 2조원)으로 높인다. 이는 닛케이 평균 주가(225종, 닛케이지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닛케이 평균 주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전광판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닛케이 평균 주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전광판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기업의 줄도산 등을 저지하기 위해 대기업이 발행하는 기업어음(CP)과 사채 매입 규모를 2조엔(약 23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 현재 BOJ의 CP와 사채 잔액 목표는 각각 2조2000억엔, 3조2000억엔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금융기관에 제로(0) 금리로 돈을 풀어 기업 융자도 늘릴 계획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BOJ 총재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신종 코로나 영향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가) 시차를 두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의 크기, 기간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구로다 총재는 금리 인하와 관련해선 "마이너스 금리의 인하는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자금 융통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일본은 이미 기준금리(단기금리)가 -0.1%이고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 수준인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짚으며 다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 금융완화책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의 경우 이미 시장에 충분한 자금이 풀린 만큼 효과가 의문시된다” “통화 신뢰도만 떨어뜨릴 것”이라는 등의 지적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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