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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논란···의협, 박능후에 "바이러스보다 독한 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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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마스크 망언’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16일 또다시 성명서를 내고 박 장관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하면서 보건 당국과 의사협회가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보건의료 몰이해, 불통과 고집, 의료인 적개심 자리잡아”

의협은 이날 “세계적 대유행이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성을 더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책임자인 박능후 장관이 또 구설에 올랐다”며 “목숨을 걸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는 의료진을 모욕하고 허탈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보다도 독한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마스크 부족 상황과 관련, “의료진이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을 많이 다닌다”며 “(대구 한 병원이) 하루에 소비하고 있는 게(방호복이) 200벌이었는데 공급하는 게 300벌이다. 그런데 부족하다고 그런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의협은 “의원급에서는 원장과 직원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환자들과 함께 약국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국내 유수의 병원들조차 수술용 마스크가 없어 면 마스크 사용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의료인의 욕심 탓으로 돌렸다”고 재차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박능후 장관의 무능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그의 비틀린 현실 인식과 잇따른 설화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며 “바탕에 있는 보건의료에 대한 몰이해, 불통과 고집, 그리고 의료인에 대한 적개심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전에 구설에 올랐던 박 장관의 발언도 다시 도마위에 올렸다. 의협은 “박 장관은 ‘(코로나19 국내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목청을 키워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 [중앙포토]

최대집 의협 회장. [중앙포토]

의협은 또 "입국 제한을 하지 않고 국내 방역만 하는 것은 창문 열어 놓고 모기 잡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겨울이라 모기가 없다’며 비꼬기도 했다"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오히려 책임을 국민과 의료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장관의 자화자찬성 발언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협은 “‘환자가 많은 것은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아전인수식의 현실 인식까지 가히 최악을 거듭하는 설상가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만의 사례를 들어 당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의협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이 되자 중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대만의 확진자는 아직도 5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모범이 되는 방역’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며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대만) 위생복리부장(장관)은 국민 앞에 눈물로 사죄했다. 이것이 바로 책임 있는 자의 참모습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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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무섭게 폭증한 환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정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과 특히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희생 덕분이다. 섣불리 종식을 논하고 나가서 행사하라고 부추기던 정부의 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 장관의 발언은 이들의 고귀한 정신을 욕되게 했다. 최전선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최악의 망언이다. 양심이 있다면 정식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큰소리칠 그 에너지로, 심각한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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