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찬희)가 올해 7월 출범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이끌 초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청 공문을 16일 전국 변호사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4월 총선 이후 불붙을 공수처장 임명 논쟁의 첫 번째 신호탄이 울린 것이다.
대한변협은 이날 '공수처장 후보 적임자 추천 요청'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전국 회원들에게 보냈다. 변협은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청렴성과 공정성이 투철하며 풍부한 법률 지식과 행정 능력을 갖춘 초대 공수처장 후보 적임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추천 기한은 총선을 5일 앞둔 4월 10일 오후 6시까지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후보 추천을 받은 뒤 4월 중 별도 회의를 열고 변협의 최종 추천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대한변협이 전국 회원으로부터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받는 이유는 대한변협회장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에 소속된 인사위원이기 때문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대한변협에서 선정한 공수처장 후보를 이찬희 회장이 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정치적 독립성 필요"
'공수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르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교섭단체 자격을 지닌 여야 정당이 추천한 위원 각 2명씩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추천위원회는 이 중 6명의 동의를 얻어 복수의 후보를 대통령에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이찬희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장에겐 정치적 독립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선 공수처장 후보가 되려면 교섭단체로 구성된 야당 위원 2명 중 1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제3 정당이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21대 국회에서 20석 이상을 확보한 제3 정당이 들어설 경우 그 정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확보해 '캐스팅 보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야권에서 미래통합당을 제외하고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당이 없을 경우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는 미래통합당이 야당 추천 위원 2명 몫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그럴 경우 공수처 출범 전부터 공수처장 선정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장은 1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판사와 검사·변호사,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대학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했던 사람 중 추천될 수 있다. 임기는 3년으로 중임할 수 없고 정년은 65세다. 검사의 경우 퇴직 후 3년 동안은 처장이 될 수 없고, 청와대 소속 공무원도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을 경우 처장이 될 수 없다.
법조계에선 일부 검찰 출신 인사들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여당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는 "검사들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현 정부가 검찰 출신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추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