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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공천 철회, 태영호 비례로" 김종인 요구, 공관위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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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현동 기자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현동 기자

‘김형오 공천관리위의 공천 수정’을 전제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고 밝힌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서울 강남을 최홍 후보의 공천 철회와 강남갑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비례대표 후보로의 전환을 황교안 통합당 대표에게 요구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하지만 이날 통합당 최고위원회의-공관위 재의(再議) 과정을 거쳐 태구민·최홍 후보의 공천이 확정됐다. 김 전 대표의 통합당행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김 “태 후보 강남 공천, 국가 망신” #태영호 “정치 원로의 품격 지켜라” #통합당선 재의 거쳐 두 후보 확정 #공관위, 연수을·달서갑 경선 수용

김 전 대표는 이날 본지에 “공천 결과를 보면 사천(私薦) 논란이 많이 제기되니 최소한 그걸 피하기 위해서도 공천한 지역구 중 두어 군데, 대표적으로 강남갑·을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맥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 출신의 최 후보를 두곤 “(금융계 재직 시절) 행적에 논란이 많으니 그를 공천하는 건 상식에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북한 공사 출신의 태 후보를 두곤 “한국의 실정을 잘 모르는 데다 선거 운동 중 사고라도 나면 안 되니 비례대표 후보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태 후보 공천은) 국가적 망신”이란 표현도 썼다. 김 전 대표는 그러면서 “(통합당) 공관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겠지만, 반발하면 (나의 선대위원장직 수락은) 안 된다”라고까지 말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총선 직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공천에 반발, 비대위원직을 그만둔 일이 있었다. 황 대표 측 인사는 “오늘 강남갑·을의 공천이 확정된 만큼 김 전 대표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며 “황 대표가 다시 김 전 대표와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태 후보는 “오직 대한민국 국민과 강남갑 주민을 바라보며 제 모든 것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뛸 것”이라며 “김 전 대표는 정치원로서의 품격과 포용력을 잃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미래통합당 공천 특징

미래통합당 공천 특징

한편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등 2개 지역구의 단수공천을 철회하고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천 연수을에 단수추천을 받았던 유승민계 민현주 전 의원은 민경욱 의원과 경선하며, 대구 달서갑 공천이 사실상 확정됐던 이두아 전 의원 역시 홍석준 예비후보와 경선하게 됐다. 이는 당 최고위가 두 곳과 서울 강남을, 부산 북-강서을(김원성)과 부산진갑(서병수), 경남 거제(서일준) 등 6곳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당내에서 “당을 지킨 사람보다 통합 과정에서 유입된 이들이 더 우대받았다”는 소리가 적지 않았던 지역이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내부 반발도 적잖게 일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하기 위해서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위의 재의 요청에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위원장 간의 정면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공관위가 받아들여 공천안을 수정한 전례를 찾기 어려워서다. 공관위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 안건을 확정하면 최고위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2016년 새누리당 공관위(이한구 위원장)가 최고위(김무성 대표)의 요구를 거부한 일도 있다. 김형오 위원장이 하지만 7시간 만에 황 대표 의견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극한 대결은 피했다”는 평가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서로가 할 도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황 대표와의 갈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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