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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먹고 갈래요?” 여성 예능인 계보 새로 쓰는 멋진 언니들

중앙일보

입력

새단장한 ‘밥블레스유 2’. 시즌 1 송은이, 김숙, 장도연에 이어 박나래가 합류했다. [사진 올리브]

새단장한 ‘밥블레스유 2’. 시즌 1 송은이, 김숙, 장도연에 이어 박나래가 합류했다. [사진 올리브]

“편 먹고 갈래요?” 5일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올리브 ‘밥블레스유 2’의 부제다. 2018~2019년 선보인 시즌 1이 “고민 따위 쌈 싸 먹어”를 외치며 시청자들이 보내온 고민에 맞춰 먹방 처방에 집중했다면, 시즌 2는 보다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편들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최화정ㆍ이영자ㆍ송은이ㆍ김숙ㆍ장도연 등 여성 예능인들이 뭉쳐 화제를 모은 시즌 1에서 최화정ㆍ이영자 등 ‘언니 라인’이 물러나고 ‘동생 라인’이 강화됐다. 실제 장도연과 절친인 박나래가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새 시즌 연 ‘밥블레스유 2’ 황인영 PD #박나래 합류, 드레스 코드로 변화 꾀해 #“시즌 1은 쓰담쓰담, 2는 어깨동무 느낌”

첫 방송 후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황인영 PD는 “시즌 1이 인생 경험이 풍부한 언니들을 중심으로 사연 신청자들을 쓰담 쓰담 해주는 느낌이었다면, 시즌 2는 아무래도 출연진 나이가 어려지다 보니까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같이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2015년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해 기획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송은이가 처음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먹성은 떨어졌지만, 수다는 늘어”

황인영 PD는 ’화면에 냄새를 담을 수 없는 게 아쉽다. 빨리 4D TV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 올리브]

황인영 PD는 ’화면에 냄새를 담을 수 없는 게 아쉽다. 빨리 4D TV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 올리브]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사계절을 할 수 있었어요. 우리 맛집을 세상에 다 공개할 생각이냐며 협박 아닌 협박도 있었고 다들 재충전을 할 시간도 필요했죠. 아무래도 자신의 인생담을 바탕으로 고민 상담에 임하는 것이니 소진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시즌 1이 좋게 마무리됐으니 시즌 2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언니들에게도 말씀드렸는데 후배들도 많은데 뭘 우리랑 또 하냐며 길을 터주셨어요. 시즌 3을 하게 되면 다 같이 모여도 재밌을 것 같아요.”

물오른 박나래의 예능감은 첫 회부터 빛을 발했다. 술을 못하는 시즌 1 출연자들과 달리 ‘박장대소’ 콤비가 만나니 ‘안주로드’부터 가속이 붙었다. 황 PD는 “박나래씨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킨십 및 연애 관련 사연이 폭주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15세 관람가라는 것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동안 음식 추천이라는 포맷과 맞지 않아 방송되지 못한 종류의 사연들도 대거 쏟아지고 있다. 친구나 연인은 물론 가족ㆍ부부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 달라는 것이다. 시즌 1보다 ‘먹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토크가 그만큼 늘었다는 설명이다.

“15세 관람가인데 스킨십 사연 폭주” 

신입생룩을 맞춰 입은 출연진. 박나래가 04학번 시절 얼짱 포즈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 올리브]

신입생룩을 맞춰 입은 출연진. 박나래가 04학번 시절 얼짱 포즈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 올리브]

시즌 2 첫 게스트로 ‘밥블레스유 2’를 찾은 배우 문소리.[사진 올리브]

시즌 2 첫 게스트로 ‘밥블레스유 2’를 찾은 배우 문소리.[사진 올리브]

매회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게스트를 초청하는 것도 이전 시즌과 달라진 부분이다. 첫 번째로 초청된 배우 문소리를 시작으로 매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인생 언니’를 만나는 콘셉트다. 황 PD는 “나이와 상관없이 ‘잘생기면 다 오빠’인 것처럼 ‘멋있으면 다 언니’ 아니냐”고 했다. “아무래도 ‘밥블레스유’ 멤버들과 달리 문소리씨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다 보니 이야기가 더 확장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밥 한번 먹어보고 싶다, 촬영장에 가보고 싶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는데 서로 윈윈하는 거죠. 게스트의 맛집을 방문하거나 집으로 놀러 가서 요리를 같이 해 먹기도 하고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황인영 PD는 어떻게 이 쟁쟁한 언니들과 한편이 됐을까. “MBC에서 상 받은 KBS 출신 희극인 4명이 올리브에서 뭉쳤다”는 설명처럼 이들은 지난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을 휩쓸었다. 박나래는 전년도 수상자인 이영자로부터 대상 트로피를 넘겨받았고, 송은이와 김숙은 각각 버라이어티ㆍ뮤직&토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25년 만에 처음 MBC 시상식에 왔다”는 김숙이나 “다섯 계단 올라오는 데 13년 걸렸다”는 장도연(베스트 엔터테이너) 등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상파에 비해 채널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청률은 1% 안팎이지만, 대세 여성 예능인을 탄생시키는 ‘산파’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잘생기면 다 오빠? 멋있으면 다 언니”

‘밥블레스유 2’ 포스터 촬영 현장. [사진 올리브]

‘밥블레스유 2’ 포스터 촬영 현장. [사진 올리브]

2001년 SBS에 입사한 황 PD는 ‘진실게임’(1999~2008) 조연출 시절 송은이와 처음 만났다. 이듬해 ‘러브 투나잇’(2002~2003)으로 김숙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KBS 개그맨들이 ‘개그 콘서트’를 떠나 처음 버라이어티를 도전할 때였어요. 숙이 언니도 낯선 환경이었고, 저도 첫 단독 조연출이라 서로 의지를 많이 했죠. 프로그램은 잘 안 됐지만 종영 후에도 같이 주말에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고, 고민 상담하던 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은이 언니랑은 ‘골드미스가 간다’(2008~2010)도 같이 했으니 꾸준히 봤고요. 도연씨와 나래씨는 14년간 같은 프로그램을 하길 꿈꾼 만큼 호흡이 정말 좋아요.”

2017년 CJ E&M으로 이적한 그는 “모든 콘텐트는 리액션이 있는 플랫폼을 찾아가기 마련인데 ‘밥블레스유’는 비보와 협업을 통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에서 시작해 유튜브 비보티비, TV 채널 올리브 등 다양한 플랫폼이 만나면서 새로운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는 얘기다. 출연진끼리 너무 친하다 보니 비방용 멘트가 점차 많아져 걱정이지만, 덕분에 비보용으로 가공할 수 있는 콘텐트는 늘어났다.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에 송은이라는 파트너가 있어서 보다 많은 내용을 긴밀하게 의논할 수 있죠. 누구보다 ‘밥블레스유’를 아끼는 사람이니까요. 오랫동안 치열하게 버티면서 내공이 쌓인 분들과 함께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덕분에 자신들의 운동장을 가질 수 있게 됐고, 맘껏 뛰어놀 수 있게 됐잖아요. 그 옆에서 그 운동장을 보다 풍성하게 넓혀 나가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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