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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담병원인데도···"텅빈 소독제, 입원복·마스크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제보자가 전해준 상주적십자 병원 모습. 환자복 대신 수면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독자]

제보자가 전해준 상주적십자 병원 모습. 환자복 대신 수면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독자]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입원복이 아니라 수면바지를 입고 지냅니다." 지난 3일 대구에서 경북 상주적십자 병원으로 입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A씨의 하소연이다. 상주적십자 병원은 대구동산병원처럼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종합병원이다. 9일 기준 170여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입원 치료 중이다.

"마스크 한장도 못받고, 입원복도 없다" #"침대와 침대 사이 간격도 너무 좁다"

도대체 이런 종합병원에서 입원복 없이 환자들이 지낸다는게 무슨 말일까.

9일 중앙일보 취재결과와 제보자에 따르면 상주적십자 병원 환자들은 2인실 또는 4인실에서 지낸다. 특이한 점은 환자복, 즉 입원복을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병원에 올때 가져온 트레이닝 복이나, 수면바지, 일반 내복, 청바지 같은 것을 입고 생활한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입원복 문제로 잡음이 조금 있었는데, (알기로는) 입원복을 입는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끼니마다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도시락도 다른 전담병원과는 좀 다르다. A씨가 촬영해 전한 도시락 사진을 보면 일반 도시락 전문업체가 만든 음식이 아니다. 밥과 반찬을 누군가 그냥 일회용 플라스틱 통에 나눠 담아 전달한 것처럼 보였다. 반찬 가짓수도 대구 등 다른 전담병원 도시락보다 적었다.

제보자가 전해준 상주적십자 병원 도시락. [사진 독자]

제보자가 전해준 상주적십자 병원 도시락. [사진 독자]

병원 관계자는 "외부 업체를 통해 병원 구내식당에서 밥을 받아먹는데, 그걸 그대로 전담병원으로 바뀐 뒤에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반 식사를 도시락 용기에 나눠 담아 환자들에게 주는 방식이다. 도시락 전문업체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A씨는 "침대와 침대 간격이 좁은 문제는 참으면 된다. 입원복은 개인이 집에서 새 옷을 빨아 달라고 해서 받아 위생을 지키면 된다. 그런데 마스크 문제는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입원했는데, 9일까지 마스크를 한장도 받지 못했다. 집에서 구해온 마스크를 아껴가며 쓴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하더라"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마스크 사정이 좋지 않아 그동안 지급을 잘하지 못한 것 같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라고 했다.

제보자가 전해준 상주적십자 병원 모습. [사진 독자]

제보자가 전해준 상주적십자 병원 모습. [사진 독자]

코로나19 전담병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상주적십자 병원이 전부가 아니다. 이달 초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도 '물자부족'을 하소연하는 환자가 나와 논란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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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B씨 역시 마스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었다. 당시 그는 "병원에 격리 후에도 집에서 사용하던 마스크를 그대로 착용했다. 3~4일간이나 사용했는데, 병원에 와서 마스크를 바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손 소독제 부족 현상까지 있다고 했었다. 손 소독제 통이 환자 침대 옆과 세면대 옆에 설치돼 있지만, 텅 비어 있다고 주장했었다. B씨는 당시 "정부가 마스크 같은 의료 물자는 자가격리 중인 환자를 포함해 확진자와 의료진에게 우선으로 공급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 환자가 실제 촬영한 오래 쓴 마스크 사진, 텅 빈 손소독제 통이 공개되자, 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손소독제를 보충하는 등 병원 환경을 곧바로 개선했었다.

9일 0시 기준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571명, 경북은 1043명이다. 보건당국은 이들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담병원 입원 또는 생활치료시설 입소로 나눠 이송 중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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