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병원 속출…의협 "환자 위해 ‘무조건 폐쇄’ 지침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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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된 환자로 인해 폐쇄된 서울 백병원 앞에서 9일 의료진 등 병원 관계자, 경찰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된 환자로 인해 폐쇄된 서울 백병원 앞에서 9일 의료진 등 병원 관계자, 경찰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분당서울대병원, 8일 백병원…. 최근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부 폐쇄에 들어간 병원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확진자에 노출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에 노출된 병원들이 갑작스레 문을 닫으면서 기존 환자 치료에 차질을 빚거나 위급한 환자가 여러 곳을 전전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처럼 의료기관 폐쇄가 이어지자 대한의사협회가 현실에 맞게 정부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지침을 아직도 적용하고 있어 사태가 악화된다는 주장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에 부합하고 국민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침을 즉시 개정,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에 수정을 권고한 코로나19 관련 지침. [자료 의협]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에 수정을 권고한 코로나19 관련 지침. [자료 의협]

지역사회 감염이 늘어나면서 의료기관 내 환자 발생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앞으로 더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의협은 현재 지침을 바꿔 병원 소독 중이나 소독 직후에도 의료진이 빠르게 진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은 "확진자가 발생해도 소독제별 특성에 따라 검증된 제품을 사용한 뒤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독을 실시하는 중에도 필수 인원은 적절한 방호복을 착용하고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확진자 단순 노출만으로 병원을 아예 격리 폐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다. 특히 중증ㆍ응급 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의 폐쇄 기준 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근거 없이 무조건 폐쇄 명령을 내리는 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의학적, 보건학적 판단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에 수정을 권고한 코로나19 관련 지침. [자료 의협]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에 수정을 권고한 코로나19 관련 지침. [자료 의협]

최 회장은 "확진자 단순 노출만으로 격리 폐쇄하는 조치는 환자 불안감을 조성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은 지자체와 질병관리본부가 관리를 주관하고 있지만 폐쇄 기준과 기간, 진료 재개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고 지자체마다 입장이 다르다. 그저 불안하다거나 지자체가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고 보여주기 위해 무조건 폐쇄 명령부터 내리는 건 환자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지자체 대신 보건복지부와 질본이 폐쇄ㆍ진료재개 결정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진 등 확진자 관련 지침은 병원뿐 아니라 다중이용시설ㆍ사업장 등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에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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