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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860명 격리' 중국은 놔두고···유독 일본만 때리는 정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직접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가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대응 수위를 봐선 지난해 ‘수출규제-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갈등만큼이나 강했다.

외교부 “日 입국거부, 다른 의도 의심” 입장 발표 #청와대 NSC 열어 “상호주의 조치” 보복 대응 시사 #中은 '면담'이라더니…일본 대사관 이틀 연속 초치

이날 정부는 외교부를 필두로 청와대ㆍ국무총리실이 한목소리로 일본을 향해 날을 세웠다.

외교부는 6일 오전 장문의 입장문을 배포하면서 “일측이 사전에 우리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한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조치를 즉각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특히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전세계가 우리의 방역 노력을 평가하고 노력의 성과가 보이는 시점에서 취해진 (일본의 입국제한)조치라는 점에서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100여개국에서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러시’가 일어난 이후 정부 차원에서 ‘방역 외 다른 의도’를 운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히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은 각국의 입국제한에 대해 “해당 국가들이 방역상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며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에게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시 2주간 격리조치를 하겠다는 발표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에게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시 2주간 격리조치를 하겠다는 발표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반면 일본의 경우 5일 입국제한 조치 건을 놓고 이틀 연속으로 초치를 하는 초강수 대응을 했다. 5일 저녁 9시 30분쯤 일본 대사관의 ‘넘버 투’격인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를 초치한 데 이어, 6일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일본 대사도 초치할 것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특정 사안을 놓고 이틀 연속으로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밤중 초치도 긴급한 사안이 아니면 지양하는 관례가 있는데, 전날 밤 호출은 정부 내 격앙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작년 8월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남관표 주일대사를 밤중에 초치한 적이 있다.

외교부는 입장문에서 “일본에 대한 오염지역 지정 등 모든 가능한 상응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며 보복성 조치도 시사했다. 6일 내로 일본에 대한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상호주의 조치 검토" 보복 대응 시사 

청와대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일본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거론했다. 청와대는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가 이러한 부당한 조치를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없이 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한 필요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ㆍ일 간의 ‘방역 능력’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평가하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방역체계”를 갖고 있지만, “일본은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조치로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본 때리기로 포문을 열었다. “일본이 사실상 전면적 입국금지를 취했다”며 “우리 정부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면서다.

정부의 ‘일본 때리기’에 가까운 대응은 중국에 대한 대처와는 뚜렷이 대조된다.

현재 외교부가 파악한 중국 내 강제 격리 상태인 자국민은 5일 기준 860명. 전세계 격리된 1200여명의 70퍼센트가 넘는 인원이 중국에 발이 묶인 셈이지만 외교부는 그간 중국에 낮은 수위의 유감 표명만 해왔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대규모로 격리 사태가 발생한 지난 달 26일 김건 차관보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청사로 불러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이 때 외교부는 극구 “초치는 아니고 면담”이라고 설명했다.

김건 차관보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싱하이밍 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김건 차관보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싱하이밍 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양국 정부가 이번 사태로 새로운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 선언(지난해 11월 22일) 3개월 째가 되는 지난달 말 한국 청와대와 여권을 위주로 지소미아 재고론이 급부상하며 일촉즉발의 상태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다가 한ㆍ일 수출당국이 3월 둘째주 수출규제 논의를 위한 국장급 협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하며 일단 한숨 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4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코로나 국면에서 갈등이 다시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의 감정적 대응에 대해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반일 감정을 불 지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야권을 위주로 제기되고 있다. 전희경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차단 시기를 놓치고 일본의 조치에 대해선 발끈하는 것은 정부가 감영병 마저도 정략적 유·불리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정·윤성민·김기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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