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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낮추고 손실 줄여라” 대기업 비상모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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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으로 대구에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등을 권하며 27일 오전 9시께 대구시 남구의 한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으로 대구에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등을 권하며 27일 오전 9시께 대구시 남구의 한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 마련했던 사업계획이 코로나19로 틀어지면서 궤도 수정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손실 줄이기와 장기 대응책 마련이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경우에 대비한 새로운 경영 전략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국내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침체에 더해 미국·유럽 등으로의 수출이 무너질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에 경영계획 전면 재검토 #내수·수출 위축, 부품 차질 삼중고 #삼성, 반도체 수요 감소 대응 고심 #현대차, 국내외 판매목표 점검 #SK, 장기전 대비 인력계획 마련

기업은 당장 삼중고에 빠졌다. 국내에선 소비 위축을 걱정해야 하고,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선 수출 물량 축소를 고민한다. 소재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장을 멈춘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올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를 753만6000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치인 760만대보다 낮췄지만 코로나19로 올해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현대차 내부에선 올해 하반기 중국 판매량 목표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73만대 판매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중국 시장은 2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3일 오전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3일 오전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의 급박함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직접 등판에서도 읽을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3일 현대차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일시적 사업 차질을 불가피하겠지만 다양한 대응계획을 세워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조기 경영안정을 이루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손실 최소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선 올해 초 야심 차게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0 판매 부진이 눈앞에 놓인 고민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20 누적 개통 물량은 전작인 S10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도 문제다. 국내 유일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구미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달아 4명이 발생한 것을 주시하면서 생산 시설 유지로 경영 전략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물량 절반을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한국 수준의 방역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차질 최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론 중국 시장의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LG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등 전체적인 경영전략을 새롭게 마련하는 중이다. 지난해 4월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공채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LG화학 등은 이달 초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채용 일정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LG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 특수를 배제한 경영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 TV 특수가 사라지고 스마트폰 시장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해 목표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 뉴스1

SK그룹은 핵심축인 반도체와 정유 부문에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는 중이다. 국내 1위 정유사 SK에너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로 원유 정제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출 예정이다. 반도체와 정유 사업은 특성상 확진자가 발생해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인력 운용 계획도 마련했다. 반도체와 정유 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대체 근무조를 편성해 운영하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울산 공장 현장 근무자를 위한 방호복을 준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에 접어들 경우 인력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공장 운영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며 “돌다리도 다시 두들긴다는 심정으로 감염 차단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과 리조트 사업 부문 계열사를 둔 대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도 테이블에 올려놨다.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일 발행된 일본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으로 한국 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총 200개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유통에서 화학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측과 함께 하반기 사업계획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화학 사업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롯데그룹의 고민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코로나19로 유통과 리조트 사업 부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에선 한화 리조트 부문 임직원의 기본금을 삭감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고객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며 “기본금 삭감과 관련해 결정된 안은 없지만, 동종 업계에서 논의되는 것과 비슷한 안을 놓고 고민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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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장주영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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