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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데이터] 세계 100대 인공지능 스타트업, 3년 연속 한국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글로벌 리서치회사 CB인사이츠가 지난 4일 인공지능(AI) 분야 유망 스타트업 10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한국 기업은 이 명단에 3년 연속 오르지 못했다.
CB인사이츠는 2017년부터 전 세계 AI 스타트업 5000여 개 중에서 특허 출원, 투자자, 뉴스 화제성, 시장 잠재력, 경쟁 상황, 비즈니스 파트너십 등을 종합 분석해 유망주 100곳을 선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설 기관인 CB인사이츠의 지표가 절대적 권위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AI 업계 관계자는 "유망 스타트업 선정 과정에서 조사기관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과의 이해관계가 작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한 곳도 없다는 건 곱씹어 볼 문제"라고 말했다.

① 미국 최다…'캐나다 AI' 약진

유망 AI 스타트업 100곳 국가별 분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망 AI 스타트업 100곳 국가별 분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AI 스타트업은 올해 조사에서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다. 의료 AI 스타트업 '루닛'이 2017년 선정된 게 이제까지 유일한 기록.
-미국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이 65개로 가장 많다. 다만 지난해 77개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CB인사이츠는 "미국의 AI 분야 투자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AI 스타트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개에서 8개로 늘었다.
-임정욱 TBT(벤처캐피털) 공동대표는 "캐나다 토론토가 AI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며 "AI의 개척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외에 영국 AI 스타트업이 8개, 중국 6개, 이스라엘 3개, 일본 1개를 기록했다.

② 헬스케어 AI가 뜬다

-AI 프로세서 개발, 영업, 자연어 처리 연구와 같이 여러 산업 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36개다. 다음으론 헬스케어 분야(13개)가 많았다.
-소매·물류 9개, 모빌리티 8개, 금융·보험 6개, 도시계획 5개 등이다.

③ 중국 AI 유니콘은 12개

국가별 AI 유니콘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가별 AI 유니콘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00개 중 기업가치 가장 높은 스타트업은 중국의 센스타임(75억 달러)이었다. 센스타임은 수만 명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지명수배범을 찾아낼 정도로 정교한 안면 인식 기술을 자랑한다.
-지난 4년간 CB인사이츠의 AI 유망주 명단에 한 번이라도 선정된 기업은 262개다. 이중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은 25개다.
-4년 간 4회 연속 선정된 스타트업은 데이타로봇(미국), 스파크코그니션(미국) 등 2곳이었다.

④ "AI 핵심 인재 없이는…"

-CB인사이츠가 선정한 451개 유니콘 가운데 AI 분야 기업은 45개다. 여기에도 한국 스타트업은 없었다. 미국이 23곳, 중국 12곳, 영국·이스라엘이 각 3개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AI 분야 핵심인재가 부족하고, 이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임정욱 대표는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이 국내에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 영국, 중국 등을 보면 뛰어난 연구자가 있고, 인재 수급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인공지능 핵심 인재 500명 가운데 한국 출신 비율은 1.4%에 불과했다(국회입법조사처 1월). 미국(14.6%)이나 중국(13.0%)의 10분의 1 수준으로, 대만(1.8%)·이스라엘(1.6%)보다도 낮다.
-한국의 AI 대학교·대학원 수는 8개 비교국(미국·일본·중국·인도·이스라엘 등) 가운데 5위, 논문 수는 7개국 가운데 6위로 나타났다. 구글의 인공지능 대회 플랫폼(캐글) 상위권에 오른 한국인은 1명뿐이다(한국정보화진흥원 1월).

팩플데이터

⑤정부 AI 준비도 26위에 그쳐

-정부 AI 준비도 조사에서 한국은 전 세계 26위, 아시아 8위에 올랐다. 싱가포르,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뒤졌다(옥스퍼드 인사이트와 국제개발연구소 1월호).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양과 질 수준도 떨어지는 편이다. '데이터 3법'이 지난달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의 규제가 혁신적인 스타트업 탄생을 가로막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혁신을 저해하는 온갖 장애물(규제)이 있는데 누가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려고 하겠나"라며 "창업을 해도 유통·뷰티처럼 비교적 안전한 아이템만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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