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빼내기' 범죄 또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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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스플레이(화면표시창) 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기술을 통째로 해외에 유출시키려던 연구원들이 검찰과 국정원에 적발됐다.

2000년 초부터 OLED 생산 및 신기술을 개발해온 N사 연구팀에 있던 김모씨는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중소기업을 차려 홀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를 들었다. 퇴사한 김씨는 곧 디스플레이 개발연구를 하는 벤처기업을 차리고 공동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주로 접촉한 회사의 국적은 중국과 싱가포르. 그는 이들 나라의 휴대전화 화면 제조 업체 등에 메일을 보내 공동 연구 및 생산을 제의했다. 김씨의 이런 활동은 신기술 유출 여부를 점검하던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의해 추적됐다.

이후 1년간 김씨의 사업 추진을 지켜보던 국정원은 올 5월 김씨가 중국 업체 등에 "OLED 생산 기술을 이전할 수 있고 자료도 있으니 생산 및 연구 협력을 약속해 달라"는 내용을 제안한 사실을 밝혀냈다.

국정원은 검찰에 그동안의 조사 내용을 보냈고 검찰은 김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김씨의 컴퓨터에서 N사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OLED설계 도면과 생산 과정이 담겨 있는 파일을 찾아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연구팀 동료와 함께 N사 연구실 컴퓨터에 저장된 OLED 생산 과정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 웹하드에 저장한 다음 자신의 컴퓨터에 내려받아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지검 형사4부는 31일 김씨 등 N사 전 연구원 2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수사 관계자는 "이들이 유출시키려던 기술은 연구개발에만 3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중국 등에 유출됐을 경우 국내 생산 업체들이 향후 5년간 수조원대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며 "실제 외국에 자료가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이 유출하려던 기술은 지난해 한국이 수출을 통해 4억5000만 달러(약 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 1분기에도 국가별 출하량에서 45.2%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주 기자

◆ 유기발광다이오드(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형광성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액정 디스플레이(LCD), 플라스마 디스플레이(PDP) 기술을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된다. 휴대전화 화면 등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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