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이 최근 갑자기 무려 140만 개에 달하는 방탄복 구매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와 중국의 현대함선잡지사 보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움직임이 나타난 건 지난 23일이다.
이날 중국 해방군의 장비 구매 동향을 소개하는 ‘전군장비구매정보망’은 해방군 육군의 위탁을 받아 두 개의 입찰 공고를 냈다. 하나는 보통형 방탄복 93만 개 구매다. 다른 하나는 고급형 방탄복 46만 7000개를 구매하겠다는 것이었다.
85만 중국 육군이 140만 개 방탄복 주문 #2조원 이상 들여 2년 내 구입 완료 목표 #중국 해방군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주목 #시가전 용도라는 분석 나오는 가운데 #대만 해방 위한 준비란 해석이 지배적
놀라운 건 140만 개 가까운 방탄복을 2년 안에 공급받는 조건이다. 둬웨이는 이 두 품목의 방탄복 구매에만 130억 위안(약 2조 2500억원)에서 140억 위안 사이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물량이 많은 것도 심상치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5년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식 행사 때 중국 인민해방군을 20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지금은 거의 이 같은 규모로 축소했다.
그 결과 중국 육군은 현재 85만 명 정도로 알려진다. 한데 방탄복을 140만 개나 사들인다는 건 1명당 두 벌씩에 해당한다. 둬웨이는 이 같은 대규모 구매는 중국 해방군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통 방탄복의 수명은 5년 정도로 매년 그 성능이 20% 정도씩 떨어진다고 한다. 전쟁이 없는 평화적인 시기엔 이런 사정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방탄복을 준비해 나가는데 이번 대량 구매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알 수 없는 사안’에 대한 준비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원인은 심상치 않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관계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진찬룽(金燦榮) 부원장도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최악의 양안 관계에 대비해 전방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현대함선잡지사는 “혹시 무슨 큰 행동을 준비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해방군의 방탄복 대거 구매가 대만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방탄복 무장은 산과 들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시가전 대비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대만 상륙 후 상황을 가정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조국 통일 대업을 위한 것’이라는 등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재집권하게 된 차이잉원(蔡英文)이 향후 대만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길을 걸을 경우 중국이 무력 사용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