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밋밋한 코로나 회견 “시장 불안 가중” 아시아 증시 中 빼고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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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이 상황에 매우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8시 시작하는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지에 전 세계 시장이 주목했다. 코로나19 관련 회견을 먼저 자처한 그가 한국ㆍ이탈리아 등 입국 제한과 대규모 경기 부양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따랐다.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내용은 “준비가 됐다(We‘re ready for)”는 문구의 반복이었다.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관련 예산 승인과 대응팀 구성, 백신 개발 지원 계획을 밝힌 정도에 그쳤다. 그러면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민주당과 몇몇 언론에 돌렸다.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밋밋한’ 회견은 시장 불안을 오히려 키웠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회견을 전후해 개장한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엔고(엔화 가치 상승) ‘이중고’에 빠진 일본의 닛케이 225지수는 하루 전보다 2.13%(477.96포인트) 내린 2만1948.23으로 마감했다. 대만 가권, 인도 센섹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 등 아시아 주요 지수가 하향세를 탔다. 한국 코스피 역시 전일 대비 1.05%(21.88포인트) 내린 2054.89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국은행이 시장 기대를 깨고 기준금리 동결(연 1.25%)을 결정한 영향도 컸다.

중국 상하이 종합, 홍콩 항셍 지수 정도만 1% 안팎 소폭 상승했다. 중국 중앙은행이 연일 내놓고 있는 경기 부양책 덕이다.

지난 24일 일본 도쿄 시내. 전광판에 주가 하락을 나타내는 지표가 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4일 일본 도쿄 시내. 전광판에 주가 하락을 나타내는 지표가 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미 경제전문지 마켓워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대확산하고 있는데 이는 공급과 수요 양쪽 측면에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중앙은행 차원에서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淸華大) 국가금융연구소는 올 1월과 2월 소비 지출과 여행 감소로 인한 중국 경제 손실액을 1조3800억 위안(약 240조원)으로 추산했다. 중국 경제연구기관인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CCIEE)은 중국 경제의 60%를 담당하는 소비가 위축되면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4.5%(전년 대비)를 밑돌겠다고 예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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