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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세 조건 부합” 전문가들이 꼽은 증거는 ‘한국’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도달한 걸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 선언을 미루고 있지만, 이미 팬데믹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 전염경보 6단계 중 최고 단계인 5~6단계를 뜻한다. 전 단계인 에피데믹(epidemic·전염병)보다 광범위한 영역에 퍼지는 특성이 있다. 팬데믹은 국가와 대륙을 넘나들며 숙주를 감염시킨다. 1928년 스페인 독감과 2009년 조류독감이 그 예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4단계 에피데믹에 머물렀다.

25일(현지시간) 방콕 시내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들.[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방콕 시내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들.[AFP=연합뉴스]

대륙 건너 발병…"팬데믹 조건에 부합해"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신종 코로나가 팬데믹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메소니에 국장은 팬데믹의 세 가지 특성으로 사망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유발하는지,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지,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는지를 꼽으며 "신종 코로나는 앞의 두 가지 특성에 이미 부합하고, 발병국이 늘면서 세 번째 특성과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 립시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염병역학센터 교수도 2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신종 코로나가 "이미 팬데믹 상황이거나, 팬데믹이 되리란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이란처럼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게 팬데믹의 증거라고도 주장했다. 립시츠 교수는 "효과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 세계 성인의 40~70%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도 적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감염자 폭증하는 한국, '팬데믹 증거'로 언급

그러나 WHO는 신종 코로나를 팬데믹으로 격상시키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24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가 "완벽히" 팬데믹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은 팬데믹이란 용어를 쓸 만큼 세계적으로 퍼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WHO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에 대해 최고 수준의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상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팬데믹 가능성을 높인 건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이다. 최초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서 거리가 있는 이 세 곳에서 날마다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 신종 코로나가 팬데믹에 가까워지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미 휘트워스 런던대 감염 및 열대의학과 교수는 25일 BBC 인터뷰에서 "아마 대부분은 지금 신종 코로나 현상을 팬데믹으로 느낄 것"이라며 "이 바이러스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휘트워스 교수는 또 "이 바이러스는 점차 (최초 발생지인) 중국과 연관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더 이상 '중국 질병' 아니야"  

데비 스리드하르 에든버러 대학 글로벌 공중 보건 교수는 "며칠 사이에 신종 코로나 사태가 확연히 바뀌었다"며 "얼마 전까지만해도 중국의 사태였는데 이제는 한국과 일본, 이란, 이탈리아에서 진행 중이다. 이건 매우 감염성 높은 바이러스인데다 대단히 빨리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리드하르 교수는 "아직 팬데믹이라고 말할 근거는 없지만, 며칠 안에 팬데믹이라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BBC 의학 전문 기자 제임스 갤러거는 익명의 WHO 관계자를 인용해 "WHO는 신종 코로나가 팬데믹이라고 공식 공표하진 않겠지만, 이 용어는 앞으로도 사용될 것"이라며 2009년에 WHO가 과거 기준에 맞춰 조류독감을 팬데믹으로 공표했다가 비판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조류독감은 세계적으로 퍼졌지만 그리 치명적이지 않아서 WHO가 공연한 불안감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전에서 3명이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6일 오후 대전 도시철도 월평역에 근무하던 역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구청 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지하철 역사를 방역하고 있다. [뉴스1]

대전에서 3명이 추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6일 오후 대전 도시철도 월평역에 근무하던 역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구청 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지하철 역사를 방역하고 있다. [뉴스1]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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