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노래의…』참신한 기획 돋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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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BS-lTV가 10월 문화기획 첫 편으로 18일 방송했던『노래의 사회학』은 우리사회를 가장 잘 반영하면서도 일반적으로 백안시해왔던 대중가요를 통해 현실을 되짚어본 의미 있는 교양물이었다.
『노래의 사회학』은 우선 소재의 선택이 참신했다. 문화의 달에 맞춘 기획 물이지만 굳이 대중의 취향과 동떨어진 고급문화를 고집하지 않고 가장 대중적인 가요를 통해 우리 문화를 진단하고자한 것은 대중매체인 TV로서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 단편적으로「대중가요 자체에만 집착하지 않고 시야를 넓혀 「일(노동)과 함께 하는 삶의 일부로서의 노래」라는 본질적 의미에서 출발,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가요문화의 질곡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은 점도 자칫 흥미위주로 치우치기 쉬운 내용의 무게중심을 잡게 해주었다·
사회변화에 따라 변해온 대중가요의 유행을 당시 사회상과 함께 되돌아본 것도 흥미로웠다.
서양문물의 유입으로 시작된 최초의 대중가요인 창가(학도가). 일제하에서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면서도 현실적 삶과는 유리되었던 감상주의가요(사의 찬미, 홍도야 울지 마라). 해방 후 미국Gi(사병)문화와 함께 나타난 이국동경 가요(베사메무초, 차이나타운). 전쟁의 한을 달랜 가요(단장의 미아리고개). 전후 일기 시작한 향락적 분위기노래(닐니리맘보). 한일 국교정상화로 재등장한 왜 색 가요(섬 마을 선생님).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서구 풍 음악과 트롯가요(뽕짝)의 양분현상. 그리고 최근 80년대부터 활발해지고 있는 새로운 노래 찾기 움직임과 함께 하는 노래의 본질적 의미를 찾고자하는 노력 등.
『노래의 사회학』은 이러한 대중가요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당시 녹음된 노래와 필름을 적절히 삽입함으로써 다큐멘터리적 맛을 더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인 서울음대교수를 진행자로 선정, 여운을 남기는 해설을 덧붙인 구성도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노래의 사회학』은 대중가요가 내포하고있는 사회상의 반영으로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소홀해 아쉬움을 남겼다.
일과 삶으로부터 떨어져 가는 대중가요의 본질적 의미상실에서 볼 수 있는 향락적 사회분위기와 더불어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가요의 역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참 노래를 찾기 위해 필요하다 할 것이다.<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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