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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황제가 날 모함했다”…뇌물 혐의 경찰관 무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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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성매매 유흥업소로부터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A씨(49)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강남 일대의 ‘룸살롱 황제’ 이경백(48)씨가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에게 앙심을 품고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07년 2월부터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불법 성매매 유흥주점 단속과 수사를 담당했다. 그러다 동료 경찰관 B씨가 불법업소 10개로부터 단속 무마 대가로 월 100만원씩을 정기적으로 상납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 일러스트.

경찰 일러스트.

이후 A씨는 B씨로부터 12차례에 걸쳐 총 3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관리대상 불법업소들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 A씨에게 12차례에 걸쳐 총 36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재판에서 “B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이경백이 앙심을 품고 자신과 친한 B씨 등을 사주해 허위 진술을 하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12개의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인물이다. 2010년 1월 조현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경찰과 성매매업계 사이 유착 단절을 선언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의 명단인 ‘이경백 리스트’가 공개됐다. 이씨는 같은 해 6월 구속됐다. 구속된 이씨의 진술에 따라 전·현직 경찰관 66명이 적발됐고 18명이 구속됐다. A씨는 이씨를 조사한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A씨는 이씨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B씨를 종용해 허위 진술을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큰 이유는 B씨의 진술 번복이었다. B씨는 재판에서 “검찰에서 한 진술은 내가 빠져나가기 위한 허위진술이었다”며 자신이 했던 말을 취소했다. A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였던 B씨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했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3심의 판단도 1심과 다르지 않았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조남식 변호사(법무법인 건우)는 “뇌물수수 혐의는 은밀성이 특징이라 준 사람의 증언이나 기록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된다”며 “이 사건의 경우 B씨가 자신의 뇌물수수죄를 자백했기 때문에 고도의 신뢰성이 있어 진술 번복이 없었다면 A씨에게도 유죄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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