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성 모럴 차 "뚜렷"|방화『아낌없이…』외화『그대 머무는…』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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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영화『아낌없이 주련다』와 유럽영화『그대 머무는 곳에』.
둘 다 연령차가 많은 연인과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그 비슷한 소재를 둘러싼 문화적·사회적 환경이 여러 모로 대조적이어서 흥미롭다.
물론 이 영화들이 양쪽의 성 모럴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연히 한 직장에서 근무하게된 청년(이영하)과 그 청년의 대학은사의 미망인(김지미)과의 사랑을 그린『아낌없이…』는 법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그들의 사랑이 방해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상의 여인과의 사랑이라는 전근대적 사시 때문에 불륜으로 몰아쳐지고 끝내 그 여인을 자살이라는 극단적 비극의 길로 몰아간다.
우리 사회의 인습이 얼마나 몰 인간적으로 완강한지를 보여주는 셈인데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한 외로웠던 여인이 외로웠던 만큼 상대적으로 사랑의 농도가 짙어짐은 이해가 되지만 청년의 지극한 순애는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부각했어야 했다.
청년이 고아로 자랐다는 사실이 한 두 마디 대사로 스쳐지나가고 마는데 그가 지닌 모성결핍증을 좀 더 설명했어야 그들의 사랑이 더욱 인간적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그대 머무는 곳』에는 가정을 지닌 중년남자(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와 사생아로 태어난 여대생(나스타샤 킨스키)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아낌없이…』의 청년의 모성결핍증과는 반대로 여대생은 부성을 그리워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 여대생이 여러 정황으로 미뤄 자신의 딸이라는 심증이 감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고민하다「확인할 수도 없는 것 고민하면 뭣하나」하고는 즐겁게 정사를 나눈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기가 막힐 일이다.
이별하는 장면은 두 문화권의 상징 비슷하다.
김지미는 자살로 이승의 사랑을 마감하고 나스타샤 킨스키는 별 이유는 없이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돌아선다.<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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