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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협이 경제정의실현 선도해야"|문협, 21일부터『후기 경제산업시대와 문학』주제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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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산업화에 따른 물질문명시대에 문학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으며 경제적 제 모순이 드러나고 있는 사회에서의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문인협회는 21∼22일 경북 구미시 금오산 관광호텔에서「후기 경제산업시대와 문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있다.
비교적 순수문학만을 지향하던 문협이 경제와 문학의 관계를 따지는 것이 주목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장백일(문학평론가)·김원중(시인)·오인문(소설가)씨가 발제강연을 한다.
◇우리문학, 무엇을 해야하는가(장백일)=부의 편재가 심화돼 사회적·인간적 위화감이 팽배한 현실을 문학은 순수예술이라 하여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문학은 정당한 강자도 응당 옹호해야 하지만 소외된 약자, 억울하게 희생당한 농민과 노동자, 힘없는 빈민을 옹호하고 구제해야 한다.
이는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의 바람직한 성취에 모순·위배되는 일련의 현상을 개량·개변하려는 욕구에서 발로된「문학하는 일」이다.
경제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의 자기부정을 통해 진정한 긍정에의 현실건설에 정진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문학적 태도다.
◇경제발전시대의 시의 설자리(김원중)=경제적 여유로 정통 순수시는 위축되는 대신 시의 대중화·아마추어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설의 독무대였던 베스트셀러 대열에 83년 이해인 수녀의 시집『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가 시집 최초로 낀 이래『접시꽃 당신』(도종환)『홀로 서기』(서정윤) 및 대학가 낙서시집『슬픈 우리 젊은 날』등이 1백만 부 이상 팔리는 등 시의 대중화가 이룩됐다.
이러한 베스트셀러 시집들은 문학성과 관계없이 대중취향에 호소, 팔리는 게 시대적 특징이며 이는 경제발전시대의 특성인 대중문화의 산물로서 일어난 현상이다.
경제적 여유와 문학의 인적자원이 풍부해진 현실에서 여가문화의 범주 안에서 시를 쓰고 즐기는 아마추어 시인이 늘어난 게 이 시대의 특징이다. 시의 수요적 측면에서는 대중취향성과 공급적 측면에서의 아마추어리즘은 앞으로도 기세를 높이며 계속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와 함께 정신문화의 발전을 위해 영원성을 추구하는 전통적 서정시의 설자리가 필요하다.
◇후기 경제산업화시대와 문학의 역할(오인문)=박지원은『허생전』등의 작품을 통해 민중 속에 파고들어 유교봉건사회에 실학의 씨앗을 뿌려 자본주의가 자라는데 기여했다. 자본주의의 도덕성이 문제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문학은 민중의 건전한 가치관형성에 한몫을 담당해야 한다.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문인들은 문사기질로 인하여 부유 계층을 악덕시하고 맹목적·감상적으로 약자의 편에 설 것이 아니라 계층간의 벽을 헐고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경제인도 올바르게 형상화해야 한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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