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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수술 받으며 바이올린 연주가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영국의 한 50대 여성이 뇌수술을 받는 도중 수술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한 런던 킹스칼리지병원 수술실 영상을 보면, 수술대에 누운 여성 환자가 바이올린 켜고 있다. 여성의 뒤쪽으로는 의료진들이 여성의 뇌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수술 도중에도 바이올린 선율은 수술실에 울려 퍼진다.

이 여성은 40년 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동한 다그마 터너(53)로, 지난 2013년 공연 도중 발작을 일으켜 쓰러진 뒤 악성 종양 진단을 받았다. 터너는 뇌수술로 인해 바이올린 연주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거란 생각에 수술을 지금껏 미뤄왔다. 종양이 왼손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장하는 오른쪽 전두엽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술은 지난달 31일에 이루어졌다. 수술을 집도한 키요마르스 애쉬칸 교수는 터너의 바이올린 연주 실력에 손상을 입히지 않기 위해 종양 제거 수술 도중 터너가 연주를 하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다. 의료진은 터너를 전신 마취시킨 후 두개골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터너를 깨워서 뇌 수술이 끝날 때까지 연주하게 했다. 뇌 자체에는 통증수용체(통증을 느끼게 하는 감각기관)가 없다. 의사들이 뇌의 일부를 잘라내는 동안에도 터너는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 조지 거슈윈의 재즈 클래식 ‘서머타임’, 스페인의 작곡가 겸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곡을 평온하게 연주했다.

 바이올린 연주가 다그마 터너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병원에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올린 연주가 다그마 터너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병원에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애쉬칸은 “환자에게 악기를 연주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는 그녀의 왼손이 완전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종양의 90% 이상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6시간에 걸친 뇌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달 초 퇴원한 터너는 현재 집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혜연·김성룡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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