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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문 열자 손소독제 200개 품절···"대구 전쟁 난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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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 반월동 한 약국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이은지 기자

19일 대구 반월동 한 약국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이은지 기자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일회용 마스크는 일찌감치 동났고, 항균 마스크로 대체해 팔고 있습니다."

대구 하룻밤새 분위기 완전 달라져 #무더기로 코로나 확진자 나오자 #손소독제와 마스크 곳곳 품절 #인근 경남 부산지역도 초긴장

19일 낮 12시 30분 대구 중구 덕산동 한 약국에서 근무하는 박모(55) 약사의 말이다. 박씨는“오늘 개장하자마자 아침부터 손님이 북적였고, 3시간 만에 손 소독제 200여개를 팔았다”며 “20개가 넘던 체온계도 다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메스르 때에는 대구에 확진자가 없어서 위기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구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자 전쟁이 난 것처럼 긴장감이 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평소에는 손님들로 북적이던 동아백화점 지하 1층 이벤트 매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동아백화점에서 14년째 근무 중인 이모(56)씨는“평소에는 점심시간 짬을 내서 옷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오늘은 겨우 티셔츠 4장 팔았다”며 “계산대 앞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자 자영업자와 직장인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구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장지호(35)씨는 약국 네 군데를 찾은 뒤에야 체온계 2개를 구매했다고 했다. 장씨는“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올 때마다 체온 체크를 하기 위해 체온계를 샀다”며 “의자와 식탁 등을 방역하려고 살균소독제도 샀다. 이런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손님들이 그나마 안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에 근무하는 류지은(30)씨는 사비로 손 소독제 7개를 샀다. 카드 영업을 하는 설계사에게 지급하기 위해서다. 류씨는“고객들이 설계사를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린다”며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설계사들에게 고객 앞에서 손 소독제를 바르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교육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로난한방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와 119구급대원들이 구급차를 이용해 해당 병원에 남은 환자들을 타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로난한방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와 119구급대원들이 구급차를 이용해 해당 병원에 남은 환자들을 타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대구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대구 10명, 경북 3명 등 모두 1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신규 확진자 13명 중 11명은 31번 환자와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10명은 31번 환자가 다니던 대구시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교회 주변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주변 상점에 손님이나 거리에 행인들도 발길이 뜸한 모습이었다.

대구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10명 중 2~3명 정도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하지만 이날 대구 중구 반월당 사거리 등에서 만난 사람들은 10명 중 9명 정도가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얼마나 커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식당이나 상점도 평소보다 손님이 크게 줄었다. 대구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32)씨는 “동성로점과 경북대점 등 그나마 있던 예약도 오늘 추가 확진자  발표 이후 다 취소됐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 사태 이후에 매출이 40%가량 줄었는데 이제 문 닫게 생겼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거나 다녀간 병원은 폐쇄되거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음압 병상에 입원 중인 환자 가운데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온 뒤 18일 오후 11시 15분부터 응급실을 폐쇄했다. 응급실에 있던 환자는 병원 내 1인실 등으로 격리 조치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도 전날 37세 여성인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드러난 응급실에 신규 환자 유입을 차단 중이다.

경북 영천 한 상가에 붙은 코로나 감염 우려 출입금지 안내문 . 이은지 기자

경북 영천 한 상가에 붙은 코로나 감염 우려 출입금지 안내문 . 이은지 기자

대구·경북과 가까워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 부산·경남지역도 인근 지역에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자 “우리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평상시 대구처럼 아직은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이날 일부 회사에서는 외부활동이 많은 직원들에게 단체로 마스크를 구입해 제공하거나 개인 위생 교육을 별도로 했다. 또 공공 건물이나 기업 등의 출입구 곳곳에 손소독제와 분사형손소독기를 비치해 출입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남도 관계자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은 도로와 철도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 경각심이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며 “버스나 철도 등에 대한 방역 등 외부 감염원을 최대한 차단하는 방안으로 대응 방안도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창원·부산=이은지·백경서·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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