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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이 주요 증상인데…"비접촉식 온도계 믿을 수 없기로 악명 높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자원 봉사를 나선 한 외국인이 이우 시민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자원 봉사를 나선 한 외국인이 이우 시민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 중 하나는 발열이다. 이 때문에 다중이용시설에선 체온계를 배치해 시설 이용자들이 수시로 체온을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 중인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가 체온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체온계 총'으로 불리는 이 장비는 적외선 센서를 통해 사람의 피부에 닿지 않고도 체온을 빠르게 측정한다. 2000년대 초 중국에서 유행한 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나 2014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때 널리 사용된 장비다. 현재 중국에서도 의심환자를 식별하기 위해 전역의 공항·톨게이트·호텔 등에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를 배치해 체온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장비가 항상 정확한 결과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브라스카 대학 글로벌 건강센터의 제임스 롤러 박사는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는) 정확하지 않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볼라가 창궐했을 때 서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로 자주 체온을 쟀다면서, 저체온증 수준으로 결과가 나온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NYT는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가 사용 환경에 따라 제각각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장비와 측정 대상자의 피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비정상적으로 낮은 체온이 측정되고, 너무 가까이에서 측정하면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먼지가 가득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체온계 총(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이 부정확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사용하는 사람도 알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검사이기 때문에 아무도 이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주 버몬트에서 1990년대부터 전문적으로 적외선 카메라를 제작해온 게리 스트라한은 "체온계 총은 정교한 의료용 도구가 아닌 자동차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과 같은 산업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온도계가 부정확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실수하고 감염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는 전 세계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선전에서 연간 250만개의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를 생산하는 알리신 메디컬 관계자는 "가격이 평소보다 3배에서 5배까지 올랐다"며 "(신종코로나) 발병이 없었다면 크게 주목받지 않았을 것"이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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