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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사과’ 물음에 홍익표 “나중에”…임 교수 “이낙연 발언 수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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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민주당 비판 칼럼을 썼다가 고발을 당한 일로 “저와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했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요구에 민주당 지도부가 어떻게 답할지를 두고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에 대한 의료진의 신속한 조치를 평가하고 “시스템 공천을 통해 현역 의원 20%가 교체될 것이고 이런 게 진짜 혁신공천”이라며 자당의 공천 시스템을 선전했을 뿐 임 교수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여론 악화로 임 교수 고소를 취하한 14일부터 나흘째 침묵이다.

대신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근 우리 당이 더 겸손한 모습으로 국민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더 귀기울여 듣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유일하게 이번 일을 직접 언급한 남인순 최고위원은 “임미리 교수 사태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민주당이 더 잘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당이 고발한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당이 고발한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공보라인 책임자로 임 교수 고발을 주도한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여전히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이 그에게 임 교수 사과 요구에 대한 당 입장을 물었지만 “나중에 얘기할게요”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 대표는 (고발 사실을) 몰랐느냐”는 질문에도 홍 대변인은 “나중에 말할게요. 나중에”라고만 한 뒤 자리를 떴다. 민주당 지도부와 대변인 발언을 종합해 보면, 임 교수 등이 요구한 ‘사과’ 대신 민주당이 이날 내놓은 건 “더 잘하겠다”는 다짐 정도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응을 안 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종로에 출마한 이 전 총리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할 것”이라며 “당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에 내정된 사람으로서…(사과한 것)”라고 했다.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임 교수는 민주당의 공식 사과가 없었지만 대의 차원에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교수는 이날 오후 2시 16분께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민주당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당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낙연 전 총리와 남 최고위원의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이 촛불혁명 의미를 되새기고 제 칼럼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깊이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공식 사과 대신 두루뭉술하게 지나가려는 듯한 태도에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열성 지지층이 “민주당 대신 나서겠다”며 임 교수를 고발하는 움직임에도 제지 대신 ‘불관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집토끼(적극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꾸준히 나오니까 여기에 취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조사(YTN 의뢰로 10~14일 실시)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3%포인트 떨어진 39.9%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은 1.8%포인트 오른 32.0%였다.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견고한 횡보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두 당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는 흐름이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한 당직자는 “부산ㆍ경남(PK)은 물론 충청권 공기가 안 좋고 무엇보다 중도 무당층이 등을 돌리는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우려했다.

정의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게 한 말씀 드리겠다”며 “핵심은 반대의사를 표명할 자유인데 민주당이 그 반대할 자유에 대한 편협성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임 교수에게) 미안하다고, 이 정도로 깨끗하게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만 “임 교수가 민주당에 사과해라 요구하는 것도 좀 과유불급 아니냐”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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