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주 임대료 인하 박수…어려울때 국민 십시일반 큰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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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소강상태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9번째 확진자가 16일 확인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 한 편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상가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통시장, 구도심, 대학가 등 전주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썼다. 이어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국민의 ‘십시일반 운동’이 큰 힘이 됐다. 정부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지난주 서울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을 때 소상공인들로부터 “신종 코로나로 관광객이 줄어 매출이 확 떨어졌음에도 임대료는 그대로라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고심하던 차에 전주 한옥마을의 자발적 임대료 인하 소식을 접한 문 대통령이 이를 매우 반겼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대문 다녀온 그 이튿날 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임차인들을 위해 소극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상상력을 동원해서라도 도울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며 “중소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진작부터 갖고 있었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에 들린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남대문 시장에서 상인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남대문 시장에서 상인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런 장면에서 나타나듯 신종 코로나 방역 못잖게 그로 인한 경제 후폭풍 최소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류다. 문 대통령의 이번주 일정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4개 경제부처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다. 지난주 고용노동부ㆍ환경부ㆍ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11일)→남대문 시장 방문(12일)→6개(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롯데ㆍCJ) 대기업 및 경제 5단체장 건의사항 청취(13일)로 이어지던 경제 행보의 연장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방역이 최우선 과제지만,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도 큰 문제다. 정부 대책의 다수는 경기 활력 제고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청와대가 꺼내들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마땅찮다는 게 문제다. 금융이나 재정 정책에는 한계가 분명하고, 신종 코로나로 인한 심리 위축 측면이 커 가계나 기업 등 다른 경제 주체들의 자발적 동참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6대 그룹 간담회에서 “경기가 살아나는 듯해 기대가 컸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가 경제를 살리고 혁신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어려운 과제는 눈앞에 놓여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문제다.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방지,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12ㆍ16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일부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 동시에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자본이 몰리는 ‘풍선효과’로 경기도 수원ㆍ용인ㆍ성남 등 이른바 ‘수용성’ 아파트값 급등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앞서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들을 다 올려놓고 필요하면 전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추가 규제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여당의 입장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총선을 앞두고 추가 규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목소리를 내왔던 청와대와 여당의 균열 지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정책파트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부동산 문제는 집을 가진 사람이나, 세입자 모두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집권 여당에게 불리한 이슈”라며 “최대한 로우키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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