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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원숭이 더 많다" 관광객 발길 뚝 끊긴 교토의 자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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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텅 비었어요 #아라시야마 #사람 없다 #인간보다 원숭이가 더 많다, 오랜만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 일본에서 "텅 비었어요"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한때는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와 몸살을 앓던 교토가 이제는 "지금이 관광 적기"라며 손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소 자학적인 문구도 불사하고 있다.

코로나 19 영향에 관광객 급감에 #"텅 비었어요" 마케팅 나서 #1~3월 일본 관광수입 1조5000억원 감소 전망

15일 교토신문 등에 따르면 교토의 유명 관광지 아라시야마 협의회가 "텅 비었어요" 마케팅을 14일부터 펼치고 있다. 사람이 오지 않는 지금이 본래 아라시야마의 모습을 맛볼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객의 입국 금지를 결정한 지난달 27일 이후 교토에서는 중국 관광객은 물론, 서구 관광객과 일본인 손님까지 줄었다.

교토신문은 "단체 손님을 받는 음식점에서는 매출이 절반으로 줄자 대출을 검토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교토의 관광지에서 "텅 비었어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관광객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교토신문]

교토의 관광지에서 "텅 비었어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관광객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교토신문]

목조로 된 길이 154m의 도게츠교와 대나무 숲 등이 아라시야마의 볼거리로 이름이 높았다. 아라시야마에는 원숭이 공원도 자리잡고 있다. 교토 내 관광지는 최근 몇 년간 관광객이 몰리면서 '행복한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도 코로나 19의 타격으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라시야마의 원숭이 공원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손님이 드물어졌다. [아라시야마 원숭이 공원 홈페이지]

아라시야마의 원숭이 공원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손님이 드물어졌다. [아라시야마 원숭이 공원 홈페이지]

협의회는 오는 4~5월 벚꽃이 필 때 꽃구경을 하는 '하나미(花見)' 시즌과 여름 열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 19의 영향이 길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각 점포에서 손 씻기와 양치질, 알코올 소독 등 바이러스 대책을 철저히 한 후 관광객 유치 캠페인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부 점포는 고객에게 줄 경품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라시야마 지역에 몰려든 관광객들의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지난 2018년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라시야마 지역에 몰려든 관광객들의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일각에서는 "사람이 없다"거나 "텅 비었다"는 '자학성 PR'을 두고 "조심성이 없다, 신중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관광객 급감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텅 비었어요'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일본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관광 수입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대에 따른 항공 운항 정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추계치를 발표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올해 1~3월에 12억 9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의 관광 수입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ICAO는 이번 코로나 19의 영향이 2003년에 유행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해외를 잇는 항공 교통량이 당시보다 2배, 중국 국내에서는 5배로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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