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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감염에…한국과 비슷하던 홍콩·싱가포르, 환자 2~3배 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홍콩에서 방호복을 입은 역학조사관들이 건물 내 거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홍콩에서 방호복을 입은 역학조사관들이 건물 내 거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14일 기준 중국에서만 6만4000명 가까운 환자가 나왔고, 이 중 1400명가량이 숨졌다.

신종 코로나 발생국 5일 이후로 28곳 유지 #각국 환자 추이 제각각, 중국 외 감염 대두 #홍콩 18→53명, 싱가포르 24→58명 급증세 #"처음엔 중국 유입, 그 후 자체 감염 늘어" #크루즈선 집단 발생 일본, 첫 사망자까지 #한국도 환자 늘지만 지역사회 감염 제한적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발생국은 지난 5일 벨기에(1명)가 추가되면서 28개국으로 늘었다. 그 후 열흘 동안 변함이 없다.

중국 밖 발생국 수가 잠잠한 것과 달리, 국가별 신종 코로나 발생 추이는 큰 차이를 보인다. 환자 증가세가 정체 상태인 곳이 있는 반면, 최근 들어 급증하는 국가도 여럿이다. 특히 유럽·미주보다는 중국 인접국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 변화가 두드러진다. 여기엔 지역사회 내 감염 확산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내 환자는 5일 기준 21명에서 14일 28명으로 7명이 늘었다. 열흘 새 33.3% 증가한 것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대부분의 국가보다 환자 증가 폭이 큰 편이다.

하지만 홍콩ㆍ싱가포르의 유행 양상은 한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질병관리본부ㆍWHO에 따르면 홍콩은 같은 기간 확진자가 18명에서 53명(사망 1명)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싱가포르도 열흘 새 24명에서 58명이 됐다.

지난 13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3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지역사회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다. WHO 일일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중국 방문 환자(유입환자)가 열흘 새 20명에서 22명으로 제자리걸음했다. 반면 국내 감염 환자 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지역사회에서 불특정 접촉자들의 2ㆍ3차 감염이 늘었다는 의미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중국 유입 환자 외에 지역사회 감염이 대두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브리핑에서 "홍콩 환자의 특성을 보면 처음에는 중국 본토 유입이었다가 지역사회에서 중국과 상관없는 사례들이 생기고 그 사례로 인한 접촉자 감염, 이렇게 지역사회 내에서의 자체적인 감염의 확산 고리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지역사회 내 감염 확산이 아직 제한적이다. 스치듯 감염되거나 어떻게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도 모르는 사례가 적다는 의미다. 이미 발생한 2ㆍ3차 감염도 대부분 밀접 접촉한 가족이나 지인 중심이다. 또한 10일 이후 나흘 연속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11일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정박해 있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11일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정박해 있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일본은 여러 변수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확진자 수는 정부 통계상 33명(14일 기준)이다. 열흘 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WHO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크루즈선 내 집단 감염 환자들이 있다. 218명에 달한다. 둘을 합치면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다.

또한 13일에는 사망한 8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일본 내 신종 코로나 첫 사망자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본이 크루즈 내 집단 발병을 (자국 통계에) 집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를 포함하면 중국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국가다. 또한 일본은 고령자도 많다”면서 “한국은 (환자) 대부분이 경증이고 젊은 성인이지만 (일본처럼) 고령자나 만성병 환자의 감염 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전 세계 신종 코로나 발생 현황. [자료 질병관리본부]

14일 기준 전 세계 신종 코로나 발생 현황. [자료 질병관리본부]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1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6곳(싱가포르ㆍ일본ㆍ말레이시아ㆍ베트남ㆍ태국ㆍ대만)에 대한 여행ㆍ방문 최소화를 권고했다. 또한 12일 0시부터 홍콩ㆍ마카오를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중국 본토와 똑같은 특별검역대상으로 뒀다.

정은경 본부장은 “홍콩은 환자 발생이 증가하면서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지역사회 감염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마카오는 광둥성 인접 지역으로 이 지역 경유를 통한 환자 유입 가능성이 높아 검역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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