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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에게 ‘性 배달’ 영업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각종 유흥업소에서 음성적인 매매춘이 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안산, 화성 일대에는 은밀히 매매춘까지 하는 티켓다방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산 외국인 밀집지역에 불고 있는 티켓다방 열풍을 현장 취재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20일 오후 안산 원곡동에 위치한 공단지역. 흰 연기를 내뿜는 공장 아래 외국인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큰 길 넘어 외국인 노동자 거리에서는 ‘분주함’과 ‘한가함’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2교대 또는 3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 외에는 한가로이 보낸다. 이들의 한가로움 사이로 오토바이가 분주히 움직인다. 빠르게 움직이는 오토바이가 멈춘 곳은 외국인 노동자 거주 단지 안의 한 건물 앞.
한 여성이 조그마한 가방을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이 여성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커피 배달’을 하는 티켓다방 종업원이다. 그는 건물로 들어간지 1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밖으로 나와 사라졌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급증

안산시 외국인 노동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티켓 다방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이들 다방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매춘을 비롯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와 함께 대학가 자취촌 주변에도 티켓다방이 급속히 늘고 있어 영업 실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티켓다방 업주는 시간 당 일정액을 받고 여종업원에게 음료 배달을 시키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음료 배달을 명목으로 여 종업원을 불러 일정 시간동안 함께 보낸다. 이것을 ‘티켓을 끊는다’고 말해 티켓다방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업태는 대개 매매춘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인질 매매범들이 부녀자를 납치해 외딴 곳 티켓다방에 팔아넘겨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티켓다방이 서울 인근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특별법이 발표되기 이전 2004년 9월 쯤에는 안산 지역에 총 216개의 다방이 있었다. 이 법이 발효된 후 티켓영업을 하는 다방이 많이 생겼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 다방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적은 상록구에는 2년 전과 비교해 다방이 100개 가량 줄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단원구에는 2년 동안 155개의 다방이 새로 생겼다. 또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에도 2년 동안 125개의 다방이 문을 열었다. 이들 다방들은 대부분 티켓 영업을 하고 있다.
단란주점 등 각종 유흥업소의 등장으로 사양 길을 걸었던 다방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산 외국인노동자 거리에서 B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는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티켓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 다방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점석(74)씨는 “다방 산업이 가장 활발하던 안양시만 하더라도 2년 전과 비교해 120여 개의 다방이 문을 닫았다”며 안산시 다방 증가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티켓다방이 많이 생기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노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티켓다방 여종업원을 찾고 있다고 주변에서는 전한다. 업주나 여종업원의 수입도 일반 다방에 비해 많은 편이어서 티켓다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영업이 어려워진 청량리, 영등포 일대 집창촌 여성이 이곳 안산 티켓다방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안산의 한 티켓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신모씨(22)와 친구 K씨(22)도 지난해까지 속칭 ‘청량리 588’에서 일 했다. 신 양은 안산시 Y다방에서, K양은 안산시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명 ‘방석집’에서 일하고 있다.
신씨는 “법이 발표된 이후, 청량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끊겼다. 몇몇 곳을 전전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K씨 역시, 신씨와 더불어 몇몇 곳을 전전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소에서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후, 방석집을 찾게 됐다.
커피 배달을 주로하는 신씨가 다방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600만원 정도. Y다방은 커피 한 잔에 5000원을 받고 있으며, ‘티켓’은 1 시간에 3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남성 2명이 커피 2잔을 시키면서 1시간 짜리 티켓을 끊었을 경우, 4만원을 받게 된다. 그 중 50%는 업주에게 입금하고, 나머지는 신씨의 수입이다.
“손님들이 주는 팁 등을 포함해 하루에 20만원에서 25만원을 번다. 한달에 5일 간의 휴일을 제외해도 대략 600만원 정도는 손에 들어온다.”
방석집에서 일하고 있는 K씨는 한 달에 많게는 1,200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K씨는 “외국인 노동자와 하룻밤을 보낼 경우 20~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티켓다방, 대학가까지 진출

최근 안산 지역에 티켓다방이 늘면서 대략 700명 정도의 여성이 종업원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티켓다방이 불법적으로 매매춘까지 한다는 점이다. 커피 배달 후, 남성이 성 관계를 원할 때 거래되는 금액은 1시간에 18만원 가량. 가격은 일정액이 정해진 게 아니라 여종업원이 부르는 게 시세라고 한다.
안산 외국인노동자 거주단지 외곽에는 일명 ‘카페촌’이라 불리는 집창촌이 있다. 카페촌은 성매매 특별법 이후에 생긴 지역은 아니다. 기존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했던 곳이지만 요즘 들어 활성화 되고 있다.
카페촌에도 청량리, 용산 등의 집창촌 여성들이 유입되고 있다. 신씨는 “상대적으로 단속이 적고 일정한 수입이 있기 때문에 카페촌으로도 많이 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출신의 한 외국인 노동자는 “휴식시간 동안 별다른 할 일이 없다. 더구나 외로움이 더해지면 티켓 여성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산경찰서 김형수(여성청소년계) 경사는 “적은 인력과 업무 과중으로 음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를 일일이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인노동자 인원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을 단속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안산시 대학가 자취촌에도 하나둘씩 다방이 침투하고 있다. 자취촌에서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임덕중(55) 씨는 “올 초부터 다방 전단지들이 돌기 시작했다. 심심치 않게 다방 여성들이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과 주변 원룸으로 배달 오는 모습을 본다”고 설명했다.
올 초부터 안산시 대학가 일대에 새로 생긴 다방은 10 곳이 넘는다. 이들 다방은 간판 조차 없다. 전단지에 새겨진 전화번호를 통해 거래하면서 교묘히 단속을 피하고 있다.
전단지를 통해 커피 배달 경험이 있는 황(24) 모씨는 “커피 한 잔에 7000원이라는 거액을 내지만 아가씨가 집으로 배달을 오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정체불명의 다방들도 티켓다방과 마찬가지로 대학 자취생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문제는 티켓다방이 불법적으로 매매춘을 하면서 이곳이 에이즈(AIDS)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집창촌 여성들의 경우 보건증을 발급받아 정기적으로 보건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티켓다방 여종업원은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후 매매춘 자체가 불법이 됐기 때문에 보건 검사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이 생긴 후 안산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음성적으로 성을 파는 곳이 늘고 있다. 요즘에는 주택가 노래방에서까지 도우미를 고용, 매매춘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매매특별법에 문제는 없는지 되돌아볼 때가 됐다.

최남영 인턴기자·hynew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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