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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기법 시도 돋보인 실험정신|일랑 이종상 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일랑 이종상의 그림은 어디선가 본듯한 우리 산천의 정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 그대로의 풍경은 아니다· 일랑은 30여 년 가까이 전국을 자기의 발로 답사하여 우리민족의 근원적인 모습을 찾으려 했다. 멀리는 동해바다 독도에까지 이르는 여정 끝에 우리 산야의 둥글고·모나고 정을 머금은 모습들을 찾아내 속도 있는 운필로 단순·명쾌하게 그러냈다.
더하여 그는 삶의 실상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벽화들을 다년간 깊이 연구, 새로운 자료와 기법의 개발을 통해 우리전통회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그가 체험과 재료의 융합을 위해 처음 선보이고 있는 동판 칠보기법은 이번 전시회(호암갤러리·19일까지)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칠보가 고온(7백∼8백도C)의 불에 대응하면서 이루어내는 다양한 변화를 추적, 인류의 시원에 대한 본질적 답변으로서의「근원형상」시리즈를 완성했다. 이는 일랑의 끈질긴 실험정신의 결정이며 한국회화 사에 기록될 획기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극세필의 묘사에서부터 활달한 표현의 세계까지 모두 하나로 용해시켜 추상이니 구상이니 하는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동양화니 서양화니 하는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에 함몰되지 않고 그저 한국인 본연의 마음으로 그려낸 것이면 모두다 한국의 회화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용대<호암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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