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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껍데기'만 바꾸면 원하는 전기차 다 만든다…美 카누와 계약

중앙일보

입력

카누가 개발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필수요소를 최소화, 경량화해 상부 차체만 바꾸면 다양한 전기차로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카누가 개발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필수요소를 최소화, 경량화해 상부 차체만 바꾸면 다양한 전기차로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껍데기만 바꾸면 원하는 전기차가 된다.”

전동화(Electrification)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필요에 따라 외형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 첫 양산차가 나오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이어, 해외 전기차 전용 플랫폼 업체와 손잡고 이른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LA 카누 본사에서 파예즈 라만(왼쪽)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 전무와 울리히 크란츠 카누 대표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11일(현지시간) 미국 LA 카누 본사에서 파예즈 라만(왼쪽)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 전무와 울리히 크란츠 카누 대표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카누(Canoo) 와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상용 스마트 전기 플랫폼 업체인 영국 어라이벌에 1억 유로(약 129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두 번째 전기차 플랫폼 협업이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구동계와 현가장치(서스펜션) 등 기본 골격을 말한다. 과거엔 차량 별로 뼈대가 모두 달랐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표준화한 플랫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하나로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형차에서 중형차에 이르는 다양한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시대에는 플랫폼이 더 중요해졌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필요한 엔진이나 구동축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구동 모터, 현가장치만 있으면 돼 내부를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카누와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기반의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껍데기만 바꾸면 전기차?현대차 전동화 플랫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껍데기만 바꾸면 전기차?현대차 전동화 플랫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우선 일반 승용차에는 자체 개발한 e-GMP 플랫폼을 활용한다. 올해 폴크스바겐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첫 양산차인 ID.3를 선보인다. 도요타도 e-TNGA 플랫폼 기반 신차를 선보이며, GM은 EV3라는 전용 플랫폼을 이미 만들었다.

e-GMP 플랫폼은 주행거리가 경쟁 플랫폼보다 길고 4륜구동과 더 효율적인 충전방식을 적용한다.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이 기존 경쟁사 플랫폼보다 한 세대 앞선 것이라고 평가한다.

카누와 공동 개발하는 플랫폼은 PBV 전용으로 활용한다. 카누는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납작한 뼈대에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을 표준화한 모듈 형태로 올리는 플랫폼을 만든다. 플랫폼의 크기와 무게,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비용도 줄이는 게 특징이다.

PBV 서비스에 맞게 플랫폼 위에 다양한 구조의 상부 차체만 올리면 여객이나 물류, 이동식 매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플랫폼의 길이도 자유자재로 확장할 수 있다.

어라이벌은 미국 대형 운송업체 UPS에 1만대의 상용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어라이벌]

어라이벌은 미국 대형 운송업체 UPS에 1만대의 상용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어라이벌]

앞서 지분 투자한 어라이벌과는 상용 스마트 전기차를 개발한다. 어라이벌은 이미 미국 대형 운송업체인 UPS와 1만대의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어라이벌과 도심형 밴(VAN)이나 소형 버스 등 상용 목적에 특화한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혁신적인 전기차 아키텍처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카누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개척자로 변모하기 위한 완벽한 파트너”라며 “카누와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대량생산에 최적화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9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고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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