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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퇴짜' 공주교대 총장후보 “걸리는 건 국정교과서 찬성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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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인 공주교대 총장 후보에 대해 교육부가 임용을 거부하고 재선거를 통보했다. 후보자가 총장으로 부적격하고 판단해서다. 충남대 총장 역시 한 달 넘게 검증작업이 이뤄지면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 공주교대는 교육부의 반대로 재선거를 치를 상황에 놓였다. 교육부는 1순위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며 공주교대에 재선거를 통보했다. 사진은 공주교대 정문. [공주교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9월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 공주교대는 교육부의 반대로 재선거를 치를 상황에 놓였다. 교육부는 1순위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며 공주교대에 재선거를 통보했다. 사진은 공주교대 정문. [공주교대 홈페이지 캡처]

교육부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공주교대가 추천한 총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 결정을 내리고 이런 내용을 대학 측에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다시 선거를 치러 후보를 추천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부적격 사유는 당사자에게만 통보할 예정이다. 사적인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주교대는 지난해 9월 24일 교수·학생·교직원은 직선제 투표를 통해 이명주(59) 교육학과 교수를 총장 1순위 후보(득표율 66.4%)로 선출했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내부 검증을 거친 뒤 지난해 11월 25일 교육부에 관련 서류를 보냈다.

공주교대 지난해 11월 이명주 교수 임용 추천 #교육부, 인사위원회 열고 "이 교수 자격 미흡" #이 교수, "과거 국정교과서 찬성한 게 문제 의심" #충남대 총장 후보 서류 보냈지만 한달째 감감 #교육부 "부적격 판단, 지연 이유는 설명 못해"

교육부는 70여 일간의 검증작업을 거쳐 이 교수가 총장 후보자로 부적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교수는 2015년 치러진 총장 선거에도 출마해 1차 투표에서 1위, 2차 투표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지만, 총장으로 낙점받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 공주교대는 교육부의 반대로 재선거를 치를 상황에 놓였다. 교육부는 1순위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며 공주교대에 재선거를 통보했다. 사진은 공주교대 전경. [공주교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9월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 공주교대는 교육부의 반대로 재선거를 치를 상황에 놓였다. 교육부는 1순위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며 공주교대에 재선거를 통보했다. 사진은 공주교대 전경. [공주교대 홈페이지 캡처]

첫 모교 출신(17회) 총장을 기대했던 공주교대 구성원들은 “교육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는 11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공주교대 내부에서는 교육부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이나 소청 등의 절차를 진행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명주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개인적 비리나 도덕적 흠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교육부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며 "아마 박근혜 정권 때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찬성한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공주교대는 당분간 총장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임 총장 임기가 지난달 6일 끝난 상태에서 후임 총장의 임명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요구대로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앞으로 2~3개월 이상 직무대리(교무처장) 체제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11월 28일 치러진 충남대 총장선거에서 1순위 임용 후보자로 선출된 이진숙(왼쪽) 건축공학과 교수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사진 충남대]

지난해 11월 28일 치러진 충남대 총장선거에서 1순위 임용 후보자로 선출된 이진숙(왼쪽) 건축공학과 교수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사진 충남대]

지난해 11월 총장 후보자를 선출한 충남대도 교육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총장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교육부는 “내일 당장에라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충남대는 지난해 11월 28일 선거를 통해 이진숙(60) 건축공학과 교수를 총장 후보자 1순위로 선정했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논문 검증 등을 거친 뒤 지난달 14일 관련 서류를 교육부에 보냈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 검증이 진행 중”이라고만 했다.

충남대 내부에서는 “물리적으로 현 총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는 임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 오덕성 총장의 임기는 17일 만료된다. 오 총장이 퇴임할 때까지 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교학부총장이 총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다.

지난해 11월 28일 치러진 총장선거에서 이진숙 건축공학과 교수를 1순위 후보자로 선출한 충남대는 교육부에 임용을 요청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충남대 정문 모습. [사진 충남대]

지난해 11월 28일 치러진 총장선거에서 이진숙 건축공학과 교수를 1순위 후보자로 선출한 충남대는 교육부에 임용을 요청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충남대 정문 모습. [사진 충남대]

공주교대와 충남대 등 국립대 총장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한국교원대와 공주교대, 충남대 총장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교육부가 공주대 총장에 대한 임명을 제청하지 않으면서 5년간 총장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충남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늦어질 뿐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총장 임명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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