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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먼 드레스 ‘깨알자수’ 뭐지? 봉준호에 가린 오스카 명장면

중앙일보

입력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었다. 그러나 잊지 말자. 스포트라이트는 덜 받았지만, 의미와 재미를 갖춘 명장면들이 있어 올해 아카데미는 더 빛났다. 그중 세 가지를 추렸다. 봉 감독에게 ‘영화의 멘토’로 칭송받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깜빡 졸았던 이유와 배우 브래드 피트가 친(親)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의 십자포화를 받은 이유, 배우 나탈리 포트먼의 드레스에 숨겨진 비밀이다.

①반(反) 트럼프로 대동단결

지난달 골든글로브상에서도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브래드 피트. 당시 수상 소감도 화제를 모았는데, 아카데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골든글로브. 그는 소감을 위해 연단에 서자마자 “와, 이 상 받았다고 틴더(소개팅 앱) 프로필에 업데이트해야겠네요”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폭소에 빠뜨렸다.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 후 알코올 의존증 등 힘든 시간을 견뎌낸 그로서는 골계미를 담은 자학개그였다.

그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역시 상을 타낸 옛 애인 제니퍼 애니스톤과도 미소를 띠며 재회해 미국 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당시 수상 소감 유튜브 사진과 영상 보고 가시겠다(영상은 중앙일보 앱에서만 보입니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래드 피트.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래드 피트. [로이터=연합뉴스]

아카데미 상 수상 소감에선 달랐다. 이번엔 피트는 정치색을 드러냈다. 그것도 노골적인 반(反) 트럼프 성향으로. 그의 연설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45초만 소감을 말하라고 하던데, 적어도 상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준 시간보단 많네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부결 과정에서 핵심 증언자로 지목됐던 볼턴 전 보좌관이 결국 상원 증언대에 서지 못한 것을 비꼰 것이다.

피트는 이어 “아마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트럼프 탄핵과 관련한) 영화를 만들 거 같은데, (영화에서만큼은) 성인들이니까 (현실과 달리) 옳은 일을 하겠죠”라고 덧붙였다. 반 트럼프 진영의 CNN은 집중 조명했고 친 트럼프 진영의 폭스뉴스는 “영화상인데 정치색이 웬 말이냐”며 발끈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격한 축하를 건네는 브래드 피트. [A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격한 축하를 건네는 브래드 피트. [AP=연합뉴스]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호아킨 피닉스 역시 반 트럼프 정치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목도한 가슴 아픈 이슈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중략) 양성평등이건 인종차별주의이건, 동성애자들의 권리 또는 동물 보호 문제든, 우리가 옹호하는 가치들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습니다. 우리가 불의에 저항한다는 겁니다. 하나의 민족과 하나의 인종, 하나의 성별만이 나머지를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반(反) 이민 정책과 백인 우선주의 기조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말로 미국 매체들은 해석했다.

②드레스에 숨겨진 비밀  

나탈리 포트만이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상 레드카펫에 등장한 모습. 자세히 보면 케이프 코트 단추 구멍 부분에 작은 금색 자수가 보인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탈리 포트만이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상 레드카펫에 등장한 모습. 자세히 보면 케이프 코트 단추 구멍 부분에 작은 금색 자수가 보인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카데미 상은 그간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놀라운 약진을 한 것은 그래서 더 놀랍다. 미국 매체들은 ‘기생충’의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아카데미의 변화 노력의 결과로 평가하기도 한다. 국적의 다양성에선 일보 전진이지만, 양성평등에선 갈 길이 멀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런 와중에 특히 눈길을 끈 레드카펫 의상이 있었으니, 배우 나탈리 포트먼이 주인공이다.

각색상 시상자로 나선 포트만은 이날 디오르의 케이프 코트를 걸쳤는데, 여기에 비밀을 담았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받았지만, 아카데미 상 후보작으로 오르지 못했던 여성 감독들의 이름을 새긴 것. 깨알 같은 금빛 자수였다. ‘작은 아씨들’의 그레타 거윅,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셀린 시아마, ‘허슬러’의 로렌 스카파리아 등의 이름이었다.

자세히 보면 케이프 코트 앞섶에 깨알같은 글씨가 보인다. 여성 감독의 이름들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세히 보면 케이프 코트 앞섶에 깨알같은 글씨가 보인다. 여성 감독의 이름들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포트만은 2년 전 시상식에서도 양성평등을 위한 메시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당시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그는 후보작을 소개하며 “자 여러분, 모두 남성만으로 이뤄진 후보들을 보시겠습니다”라고 한 것. 올해 감독상 후보들 역시 봉 감독을 포함해 스콜세지, 샘 멘데스, 쿠엔틴 타란티노, 토드 필립스로, 모두 남성이었다.

③에미넴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에미넴이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왜 나왔는지) 의외"라고 평했다. [AP=연합뉴스]

에미넴이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왜 나왔는지) 의외"라고 평했다. [AP=연합뉴스]

거장 마틴 스콜세지는 ‘아이리시맨’으로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봉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영화 공부할 때 가슴에 새긴 말이 있다”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라는 헌사를 했고, 스콜세지의 표정엔 미소가 가득했다.

에미넴 공연 도중 깜빡 잠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 [유튜브 캡처]

에미넴 공연 도중 깜빡 잠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 [유튜브 캡처]

하지만 그런 스콜세지가 눈을 감고 잠시 조는 듯한 순간이 포착됐으니, 래퍼 에미넴이 무대에 나와 깜짝 공연을 펼쳤을 때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에미넴은 (지난해 영화계와는) 큰 인연이 없었는데 조금 의외인 무대였다”며 스콜세지가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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