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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1대 규모' 담배 70만갑 걸렸다, 역대 최대 밀수 적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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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이 압수한 밀수담배. [사진 부산본부세관]

세관이 압수한 밀수담배. [사진 부산본부세관]

부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담배 밀수가 적발됐다.

부산본부세관, 3명 구속 1명 수배 #홍콩에서 수출 국산담배 대량 구입 #부직포로 속여 다시 부산항 반입 #밀수 담배는 비밀창고 두고 유통

부산본부세관은 홍콩으로 수출됐던 국산 담배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부산항을 거쳐 러시아로 가는 환적화물인 것처럼 속여 밀수입한 총책 A씨(73) 등 3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관세) 등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자금책 B씨(43)를 수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이 밀수입한 담배는 40피트 컨테이너 1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70만갑(4500원 에쎄 기준 시가 31억원)에 이른다. 세관은 밀수 담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이미 시중에 유통된 밀수 담배 25만갑을 제외한 45만갑을 압수했다. 이는 단일 담배밀수 사건의 압수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담배밀수 사건 개요도. 자료:부산본부세관

담배밀수 사건 개요도. 자료:부산본부세관

세관은 A씨 등이 수출된 국산 담배를 밀수입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범행 추정지역 일대의 폐쇄회로 TV(CCTV) 분석, 잠복, 비밀창고 압수 수색,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해 범행을 밝혀냈다.

범행 수법은 이렇다. A씨 등은 높은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일반 시중 판매 담배(4500원/갑, 에쎄 기준)보다 싼 수출 담배(1000원/갑)를 밀수하기로 모의했다. 먼저 한국에서 홍콩으로 정식 수출된 담배를 홍콩 현지에서 대량 사들여 컨테이너에 실어 말레이시아로 보냈다. 수출입 대금에 대한 세관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수출된 담배는 직접 홍콩을 방문해 현금으로 사들였다.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담배 대신 제품명을 ‘부직포’로 위장한 뒤 우리나라를 거쳐 러시아로 가는 환적화물인 것처럼 부산 신항에 반입했다. 이들은 러시아행 선박에 싣는다는 이유로 담배 컨테이너를 트레일러에 실어 부산 신항에서 북항으로 운송하는 도중, 정상 운송경로를 이탈해 부산 강서구에 있는 비밀창고로 옮겨 국산 담배는 빼돌리고 미리 준비해둔 부직포를 대신 컨테이너에 싣는 수법을 썼다.

세관이 압수한 밀수담배. [사진 부산본부세관]

세관이 압수한 밀수담배. [사진 부산본부세관]

조사결과 이들은 세관의 현장 점검 등에 대비해 밀수 담배를 보관하는 비밀창고를 수시로 바꾸기도 했다.

밀수가 성공했다면 이들은 5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추산됐다. 홍콩에서 갑당 1000원에 사들인 담배를 국내에서 갑당 1800원에 팔아 800원의 차익(800원×70만갑=5억6000만원)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 담배 1갑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 등 전체 세금 3318원×70만갑을 하면 23억원 상당의 국고가 샜을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본부세관은 심각한 국고 손실을 야기하는 수출 국산 담배의 밀수입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국내에 반입되는 우범 화물의 검사를 강화하고, 담배 제조사 등과 협력해 수입경로를 추적 조사하는 등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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