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눈앞 미켈슨, 45승 향한 질주 아직 해볼 만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필 미켈슨이 25번째 페블비치 프로암에 나섰다. 탁 트인 코스를 향한 그의 샷은 여전히 호쾌하다. 10일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아이언샷을 시도하는 미켈슨. [AFP=연합뉴스]

필 미켈슨이 25번째 페블비치 프로암에 나섰다. 탁 트인 코스를 향한 그의 샷은 여전히 호쾌하다. 10일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아이언샷을 시도하는 미켈슨. [AFP=연합뉴스]

 10일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을 마친 뒤, 필 미켈슨(50·미국)은 “우승할 기회를 얻어 재미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1타 차 단독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대회 내내 선두였던 닉 테일러(캐나다·19언더파)에 우승을 내줬다. 선두와는 5타 차 3위(1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PGA투어 페블비치 프로암 3위 #유러피언투어 선전 최근 상승세 #US오픈 초청에 “내 힘으로 출전” #자기관리 철저 시니어투어 거절

지난해 포함 이 대회에서만 통산 5번 우승했던 미켈슨에게는 아쉬운 결과다. 정작 그는 담담했다. 그는 “우승하지 못해 실망스러웠지만, 난 가진 걸 넘어서는 플레이를 펼쳤다. 열심히 싸웠다.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게 특히나 즐거웠다. 계속 발전하고 싶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왼손 골퍼의 대명사, 쇼트 게임 달인 등으로 불렸지만 최근 1년간 부진했던 필 미켈슨이 다시 살아났다. 앞서 지난 3일 끝난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도 브룩스 켑카(미국), 더스틴 존슨(미국),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등이 출전한 가운데 3위에 올랐다. 가장 자신 있는 페블비치 프로암에서도 3위다. 무대는 달랐고, 우승도 아니었지만,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2주 연속 톱3에 올랐다. 50세(49세 8개월)를 눈앞에 둔 나이지만, 여전히 정상급 투어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미켈슨은 지난해 2월,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PGA 투어 개인 통산 44승을 달성했다. 꾸준함의 대명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우승 이후로 거짓말처럼 우승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최근 1년간 PGA 투어 22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컷 탈락은 10번이나 됐다. 연이은 부진으로, 1993년부터 26년간 지켜왔던 세계 50위 이내 순위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50위 밖으로 밀렸다. 더는 기회가 없을 줄 알았다.

자존심 강한 미켈슨은 끝까지 부딪쳤다. 최근 그는 아직 우승하지 못한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조직위원회로부터 특별 출전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 힘으로 참가하겠다”며 거절했다.

지난달 중순에도 미켈슨은 “난 아직 헤드 스피드가 남아있다. PGA 투어에서 못 놀 이유가 없다. 여기(PGA 투어)에서 더 도전하는 게 의미 있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만 50세로 올해 중반부터 PGA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투어 출전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이를 거부했다.

10일 열린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하는 필 미켈슨. [AFP=연합뉴스]

10일 열린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하는 필 미켈슨. [AFP=연합뉴스]

아직 미켈슨의 힘은 웬만한 프로골퍼 못지않다. 골프닷컴은 “미켈슨의 클럽 헤드 스피드는 시속 122~123마일(약 196~198㎞)인데, 이를 마음대로 구사한다”고 보도했다. 2017년 그의 시즌 평균 클럽 헤드 스피드가 시속 114.24마일(약 184㎞)이었던 걸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다. 올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도 여전히 300야드 넘게(302.9야드) 때린다.

철저하고 꾸준한 자기 관리가 미켈슨의 힘이다. 탄수화물과 가공식을 줄이고 채소 위주로 소식하며 몸을 관리한다. 지난해 7월에는 물과 커피만을 마시며 일주일 만에 6㎏을 감량해 화제가 됐다. 스포츠캐스팅은 “미켈슨의 다이어트는 일반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방식이다. 극단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그게 미켈슨이가야 할 길이었고, 그의 여정은 칭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연습 라운드 때 반바지를 입는 그는 탄탄한 종아리를 드러내 골프계에서 “사이클 선수를 연상케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미켈슨은 “수개월 동안 경기 결과가 부진했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에도 발전이 있었다. ‘내가 해왔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많은 동기 부여와 추진력이 생겼다”며 만족해했다. 그리고 PGA 투어 개인 통산 45승을 향해 다시 달리려 나간다. 1970년 6월 16일생인 그는 4개월 뒤 만 50세를 넘긴다. PGA 투어 대회에서 만 50세 이후 우승한 선수는 7명이다.

미켈슨은 “(남의 도움이 아니라) 나 스스로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실력을) 쌓아가겠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건 내게 재미있을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