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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확장한 아이방 춥고 냄새" 벽 뜯자 쓰레기 쏟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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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섀시 공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아파트 확장방 벽을 뜯어내자 쓰레기가 우르르 쏟아졌다. [유튜브 KCC창호유리=중앙일보]

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섀시 공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아파트 확장방 벽을 뜯어내자 쓰레기가 우르르 쏟아졌다. [유튜브 KCC창호유리=중앙일보]

아파트 확장방 내벽을 뜯어내자 조각난 스티로폼, 몰딩, 목재 조각이 바닥에 우르르 쏟아졌다. 벽 속에 '건설자재 쓰레기'가 있었던 셈이다. 겨우내 "방이 춥다"던 딸을 위해 섀시를 교체하던 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모습은 '섀시·단열 전문' 유튜버 성상문(64) 팀장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아파트 확장방이 추운 이유, 아파트 1층이 추운 이유를 유튜브 영상으로 설명해 호응을 얻고 있다. 광고 전단업을 하다 6년 전 섀시 시장에 뛰어든 성 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원·충청·경북·전북 아파트를 돌며 아파트 벽 속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 섀시 공사 현장에서 만난 그는 "아파트 벽 속을 보면 추운 이유를 알 수 있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속 좀 보세요 아이구" 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확장방 섀시 공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아파트에서 외벽과 내벽 사이 공간이 텅 비어있거나 쓰레기로 가득찬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KCC창호유리=중앙일보]

"속 좀 보세요 아이구" 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확장방 섀시 공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아파트에서 외벽과 내벽 사이 공간이 텅 비어있거나 쓰레기로 가득찬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KCC창호유리=중앙일보]

"80~90년대 지은 아파트 벽에서 신문지·시멘트 포대 나와"  

성 팀장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아파트 벽 내부가 비어있거나 엉망인 곳이 나온다"고 전했다. 4년 전부터 섀시 교체와 함께 단열 공사도 하게 된 배경이다.

그는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 '확장방 영상'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심한 곳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객은 '딸이 지내는 확장방이 춥고 냄새도 난다'며 공사를 의뢰했다. 확장방 벽 속을 들여다보니 건설 쓰레기가 들어 있어 벽을 뜯어내고 단열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그 아파트에서만 여러집 공사를 했는데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 아파트에서 확장방 공사를 한 인테리어 업자의 양심이 아주 불량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내벽 섀시 공사 중 쓰레기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섀시를 갈다 보면 벽이 왜소한 경우가 많다"며 "있어야 할 자재 대신 신문지, 시멘트 포대가 나오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공간이 비니까 그곳에 신문지나 시멘트 포대를 말아 넣은 것이다. 벽에 때운 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성상문 팀장=중앙일보]

[성상문 팀장=중앙일보]

이런 경우는 '200만호 건설' 붐이 일었던 8~90년대에 지은 아파트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한다. 대규모로 아파트를 지으면서 강모래가 부족해 바닷모래(해사·海砂)를 끌어다 쓴 게 문제의 발단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바닷모래로 아파트를 지으려면 염분기를 없애기 위해 5번 희석해서 써야하는데 90년대에 공사량이 워낙 많아 날림 공사가 많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벽이 부식돼 방창을 뜯으면 벽이 같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바닷모래를 대량 사용해 지어진 5대 신도시 아파트에 대해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20년 전부터 나왔다. 1999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해사 사용시 염화물이 콘크리트 내구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 허용치 이상의 염분이 포함된 콘크리트를 사용한 경우 10년이 지나면 내부 철근이 녹슬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2018년 서울 강남의 대종빌딩이 붕괴 위험 진단을 받고 문을 닫으면서 한차례 주목받았다. 대종빌딩도 1991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그는 "30년~40년 이 일을 하셨던 분에게 벽에서 건설 쓰레기가 쏟아지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그 시절엔 그랬다'며 놀라지도 않으시더라"고 했다. 그는 "그래도 96년도부터는 자재도 나아지고 신축 아파트들은 여러모로 낫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1층이 추운 이유 알려드립니다" 

"베란다 밑에 빈 공간을 그냥 두는 것과 막아 두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기자에게 아파트 1층이 다른 층보다 추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베란다 밑에 빈 공간을 그냥 두는 것과 막아 두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기자에게 아파트 1층이 다른 층보다 추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성 팀장은 최근 "아파트 1층은 왜 추울까?"라는 영상으로 1층 단열 방법을 소개해 구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아파트 밖에서 보면 1층 베란다 아래 텅 빈 공간이 있는데 그곳을 막아두면 한기가 덜 올라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섀시를 교체해 준 아파트 1층집 고객에게 '방에 결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은 계기로 원인을 파악했다고 한다. 경비실과 협의해 1층 밑 공간을 막아두자 결로 문제도 해결되고 난방비도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성 팀장은 "스티로폼을 써도 되고, 비닐하우스용 비닐로만 막아도 효과적"고 강조했다.

성 팀장은 또 겨울에 유난히 추운 집을 위한 '팁'으로 "우수관(雨水管)을 단열재로 감싸면 추운 기운이 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옥상에서 내려오는 물이 우수관을 통과하는데 여길 통해서도 냉기가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겨울에 냉기가 밖과 연결돼 있는 이 우수관을 타고 올라옵니다. 우수관을 감싸주세요" 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아파트 내부 추위를 줄일 수 있는 팁으로 베란다를 통과하는 우수관 단열을 권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겨울에 냉기가 밖과 연결돼 있는 이 우수관을 타고 올라옵니다. 우수관을 감싸주세요" 섀시 유튜버 성상문 팀장이 아파트 내부 추위를 줄일 수 있는 팁으로 베란다를 통과하는 우수관 단열을 권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일당만 받고 일하면 무책임해지기 쉬워"

'화장실 바닥을 뜯어보면 쓰레기가 많은데, 인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분도 있다'는 댓글이 유튜브에 여럿 달려 있어 물어봤다. 그는 "화장실 공사하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70% 이상은 바닥에 쓰레기 천지라고 한다"며 "일부는 하루하루 일당 받고 때운다는 생각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부들이 공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고용 형태를 개선하면 좋을 것'이라는 제안도 조심스럽게 했다. 성 팀장은 "우리 팀을 꾸리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팀원들 전부 4대 보험이 나오는 정직원들이고 실명제로 공사하다보니 고객의 신뢰도가 높고 이는 매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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