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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리듯 종로 나오는 황교안···그앞에 놓인 'TK 물갈이' 지뢰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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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7일 종로 출마 선언은 꼬일대로 꼬인 한국당의 총선 전략에도 숨통을 열어줄 전망이다.

김형오 당 공천관리위원장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 직후 "깊은 고뇌와 숙고 끝에 나온 결단은 피 끓는 당원과 나라를 사랑하는 전 국민에게 불신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며 "공관위는 앞으로 혁신공천, 이기는 공천을 위해 온 힘을 다 쏟겠다"고 했다. 또 "공관위는 곧 추가공모, 중량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 등 필요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관위에서 이른바 '악역'을 맡아온 이석연 부위원장도 "황 대표가 새롭게 제2의 정치 인생을 사는 계기가 됐다. 황 대표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환영 반응이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종로 출마 자체가 수도권의 우리당 붐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가열찬 투쟁의 전선에 나선 황 대표가 기필코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있다. [뉴스1]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있다. [뉴스1]

앞서 공관위는 이날 오후 황 대표의 출마지와 함께 당내 중량급 인사들에 대한 공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황 대표 출마를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며 회의를 10일로 연기했다. 그간 당내에선 "당 대표가 종로에 나서지 않고 누구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등의 불만이 누적돼왔다.

공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황 대표 종로 출마로) 당원들에게 '한번 해보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그게 가장 고마운 부분"이라며 "당 대표가 격전지에 몸소 뛰어들어가는 처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관위엔 쇄신, 혁신 공천하라는 명분을 줬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이날 출마 선언 자리에서 "나라가 어렵고 당이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대표급, 지도자급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죽어야,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황 대표의 종로 출마로 험지 출마론과 TK(대구·경북) 물갈이론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당 대표급 인사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에 대한 공관위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세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김 전 위원장은 일찍이 지난해 11월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대구 수성갑 출마를 접고 험지 출마론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고향인 경남 지역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 공관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홍준표-김태호 둘이 당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공관위에 있다"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에 나서겠지만 최악의 경우엔 '불가피한 선택'도 감내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천 배제 등을 시사한 것이다.

대폭적인 TK 물갈이도 예상된다. 앞서 김형오 위원장은 "TK 지역에서 절반 넘게 바꿀 것"이라고 공언했다. TK 한국당 현역의원은 현재 19명이지만 불출마 선언은 정종섭 의원 한명 뿐이다. TK 의원들은 최근 황 대표와의 식사 자리에서 "왜 TK만 걸고 넘어지냐"며 반발 움직임을 보인바 있다.

공관위 핵심관계자는 "TK 지역은 선수에 관계없이 원점에서 따져볼 것"이라며 "특히 공천과 관련해 잡음을 일으키는 등 해당행위를 할 이들을 우선적으로 (공천배제 대상자로) 분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가까스로 종로 출마라는 고비를 넘긴 황 대표가 중진 험지 차출과 TK 물갈이이라는 더 어려운 시험대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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