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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불규칙 바운드의 역사 미국 외교 따라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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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카우보이들의 외교사

김봉중 지음, 푸른역사, 472쪽, 1만8000원

흔히 외교는 내치(內治)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외교정책은 국제정치 여건도 중요하지만 국내정치가 더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사실 복잡 미묘한 국내정치를 들여다 보지 않으면 외교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집단 간 타협의 산물을 국가의지로 오해하기도 하고, 복잡한 역학관계를 단순한 의인화로 재단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오류를 피해가며 미국의 외교정책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한마디로 이렇다'는 식의 큰 그림이나 미국 외교사를 꿰뚫는 마스터키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아예 그런 것이 없다는 걸 전제로 워싱턴에서 부시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외교정책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자료 모음집은 결코 아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외교정책에서 무엇을 고민했고, 그 뒤에는 어떤 철학이 깔려 있는지, 그리고 당시 미국 내의 여론은 어땠는지를 다각적으로 설명해준다. '카우보이'는 미국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방적이고 거칠고 고립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미국 대통령을 상징화했다. 또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유난히 서부극을 좋아했다는 점도 카우보이라는 말을 사용한 계기가 됐다.

저자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실리주의다, 이상주의다, 또는 제국주의적이라고 정형화하는 것을 경계한다. 한 시대의 외교정책에 이 모든 것이 두루 섞여 있거나, 대통령에 따라 왔다갔다하며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상주의 외교의 표본이던 윌슨은 중남미의 도미니카나 아이티에 대해선 무력개입을 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외교정책은 큰 흐름을 유지하기보다는 닉슨의 현실주의에서 카터의 이상주의로 180도 반전된 다음, 다시 레이건의 현실주의로 뒤바뀌는 등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엎치락 뒤치락 했다.

이는 역시 미국 국내정치가 유동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국인의 외교에 대한 관심은 들쭉날쭉하고 변덕스럽기 때문에 미국 외교사에서 무슨 전통이나 원칙을 도출해내는 것 자체가 무색하다고도 한다.

전남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서 카터의 인권외교, 그리고 탈냉전 이후의 미국 외교정책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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