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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구원 인건비 회식으로 쓴 서울대 교수, 환수처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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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구. [중앙포토]

서울대 입구. [중앙포토]

학생연구원들에게 지급돼야 할 연구비를 연구실 회식, 학회 참여비용 등 연구실 운영비로 사용한 서울대학교 공대 교수에게 환수처분이 내려졌다. 다만 법원은 해당 교수에 대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한 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A 교수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을 상대로 “출연금 환수 및 참여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상고를 각하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 A 교수는 2010년 소형이차전지 기술 개발 등 2개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KEIT로부터 2억 5500만원의 출연금을 받았다. 감사원이 연구원들 명의의 계좌로 입금됐던 출연금 중 일부인 약 3100만원이 별도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적발하면서 문제가 됐다.

KEIT는 A 교수가 ‘용도 외 사용‘을 한 것이라고 보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을 근거로 서울대 협력단에 환수를 요청했다. A 교수에 대해서는 4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지 못 하게 했다. 촉진법 제11조는 산업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한 기관, 단체, 기업 등이 출연금을 연구용도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 사업비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 교수는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받은 인건비 중 일부를 연구실 운영을 위해 공동으로 관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업비를 유용, 편취, 횡령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설령 처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연구기회 박탈 등의 사익이 중대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협력단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모두 A 교수와 협력단의 청구를 각하했다. 학생연구원에게 귀속돼야 할 인건비를 목적 외 사용한 것은 연구비 환수 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출연금은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국가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지원하고자 지급되는 수혜적인 것”이라며 “목적과 용도에 따라 지출되도록 할 공익 목적이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A 교수에게 내려진 4년간의 참여제한처분은 공익보다 A 교수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쳐 가혹하다고 보고 취소했다. 재판부는 “A 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국내 산업의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4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배제되면 해당 분야의 연구가 위축되고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A 교수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 연구실의 회식, 학생들의 등록금, 학회 참여에 필요한 비용 등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대 측과 KEIT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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