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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용 입국장 가동···외국인 승객 국내 연락처로 일일이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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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 입국장 전경. 인천=곽재민 기자

4일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 입국장 전경. 인천=곽재민 기자

 인천공항에 4일 0시부터 중국 전용 입국장 가동

 4일 오전 7시 40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중국 선전에서 출발한 에어부산 BX310편이 106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0시부터 시행된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 이후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 도착한 5번째 중국발 항공기다. 이 항공기엔 40여 명이 탑승했으며 이 가운데 30여명이 중국인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대부분의 승객은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 고글을 쓴 사람도 눈에 띄었다.

 입국자들이 게이트를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노란색 민방위 옷을 입은 보건복지부 직원 여러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직원 한명당 4~5명씩의 승객을 인솔해 입국심사대 앞에 마련된 특별 검역대로 줄지어 이동했다. 승객이 모습을 보이자 ‘중국 전용 검역대’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른 시간엔 복지부 직원들이 나왔고, 이후부터는 군 장병들이 인솔에 동원된다.

 중국 전용 검역대는 중국발 항공기 승객이 다른 지역에서 온 승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인천공항 제1 터미널에 2곳, 제2 터미널 1곳 등 총 3곳이 설치됐다. 1 터미널의 경우 중국 전용 입국장은 터미널의 양쪽 끝단에 위치한 AㆍF 입국장이고, 2 터미널은A 입국장이 중국 전용 입국장이 된다.
 중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착륙한 항공기는 주기장과 게이트도 터미널의 가장자리 끝쪽으로 배정된다. 다른 지역 여행객과 분리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이 입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곽재민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이 입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곽재민 기자

공무원 50여명 파견…총 3단계 별도 검역 진행

앞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여행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기자단]

앞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여행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기자단]

 이날 제1 터미널 전용 검역대엔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소속 검역관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 약 50여명이 방역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대기했다. 검역소 관계자는 “새벽 1시부터 특별 검역을 시작해 밤을 새웠다”고 했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전용 입국장에서 총 3단계의 별도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다. 승객은 미리 배부받은 건강상태 질문지와 특별검역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건강상태 질문지는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특별검역신고서엔 국내 체류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후베이성 체류 여부를 밝혀야 한다. 14일 내 후베이성 체류 경험이 있는 외국인은 입국할 수 없다.

중국에서 입국 외국인은 특별검역신고서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기자단]

중국에서 입국 외국인은 특별검역신고서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기자단]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은 검역장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 등을 확인한 ‘건강상태 질문지’를 먼저 제출했다. 이어 외국인 승객의 경우 국내 체류 주소와 휴대폰 번호, 후베이성 체류 여부 등을 작성한 ‘특별검역신고서’도 추가로 냈다. 승객이 줄지어 들어오자 특별검역신고서가 부족해 급하게 신고서를 복사해 가져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류 제출을 마친 승객은 검역관 앞으로 이동해 체온계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받았다.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격리돼 치료 등의 절차를 밟는다.

중국에서 입국 외국인은 검역 확인증이 없으면 입국 심사가 거부될 수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기자단]

중국에서 입국 외국인은 검역 확인증이 없으면 입국 심사가 거부될 수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기자단]

전화기 90여대 설치…외국인 승객 국내 연락처로 일일이 전화

 검역대를 통과한 외국인 승객은 국내 연락처 확인 절차까지 다시 받았다. 신고서에 기재한 연락처로 실제 연락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건 당국은 이들에게 실제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확인하기 위해 전용 입국장 3곳에 30여대씩 총 90여대의 전화기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이날 검역대에서는 파견된 공무원 20여명이 전화기 앞에 앉아 일일이 외국인 승객의 국내 연락처로 전화를 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국내 연락처까지 확인받은 승객은 ‘검역 확인증’을 지급 받고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이 확인증을 받지 못한 중국발 항공편 탑승객은 입국이 거부된다. 또 입국 후 허위진술이 밝혀질 경우 강제 퇴거와 입국 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딸과 함께 입국한 한 승객은 “여러 검역단계를 거치긴 했지만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며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어느 정도 필요한 일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에어부산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40여명은 발열 등 유증상자나 연락처 미확인자, 후베이성 체류 경험자 등의 결격 사유 없이 모두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제주검역소 직원이 고막 체온계를 이용해 열이 있는 중국 난징발 입국자의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제주검역소 직원이 고막 체온계를 이용해 열이 있는 중국 난징발 입국자의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중국 전역 여행경보 '철수 권고' 상향 

 검역 당국 관계자는 “출발지에서 후베이성 여권인 경우 출국 자체가 되지 않고 항공권 발권도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체 관광객도 많지 않았고, 환승객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4일 0시부터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키로 했다. 후베이성 관할 공관에서 발급한 기존 비자 사증의 효력도 잠정 정지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철수 권고’ 수준으로 상향해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하고 관광 목적의 단기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천=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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