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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예외적 제조」가 쟁점|약사법 개정 의약계 이해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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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약사법 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대한의학 협회·대한 약사회·대한 한의사 협회 등 관련 이해단체의 공방전은 의약분업에 따른 의약계의 질서 개편을 앞두고 불가피하게 치러야할「자존심을 건 업권 싸움」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 21조에서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는 조항과 부칙 3조 (경과조치)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또는 수의사는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에 한해 직접 조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보완 또는 수정해 의약분업 시행의 방법과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보사부의 입법 예고안은 21조에 3항과 4항을 신설, 전문 의약품(치료약)의 조제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또는 수의사의 처방전에 의하도록 (3항) 하고 약사가 아닌 의사·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의 예외적인 직접 조제는 ▲약국이 없는 지역 ▲응급환자 ▲재해지역에서의 의료구호 경우로 규정(4항) 하고 있다.
또 부칙 3조의 경과 조치는 한의사 또는 수의사에 한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직접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이해 단체 가운데 의협과 약사회는 의약분업의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의사·치과 의사들의 예외적인 직접조제 허용범위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으며 한의사협은 한의사와·수의사가 의약분업에서 완벽히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 측은 의사가 진료를 목적으로 처방과 조제를 병행하는 것이 진료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판단되거나 진료 상 불가피한 경우 의약분업과 관계없이 예외적으로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측은 이경우의 예외조항으로 ▲입원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때 ▲환자의 비밀보장이 필요할 때 ▲암시적 효과를 위한 투약 ▲질병의 상태가 변화하는 경우 등 7개항을 추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약사회 측은 입법예고 안중 의사의 직접조제가 허용되는 3개 항목 중 응급환자의 경우 구체적으로 대상과 범위를 한정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사회는 의협 측의 7개 예외조항 추가 요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약사회는 또 한의사·수의사의 치료용 의약품 직접 조제를 허용하는 부칙(경과조치)을 삭제, 한의사·수의사도 의약분업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한의사협은 한약·동물 약품에 대한 의약분업을 당분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면서도 법령에서는 한의사·수의사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시키고 경과조치(부칙)에 의해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 의약분업 조항에서 한의사·수의사를 삭제토록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의약분업과 관련, 의협은 91년 7월로 예정된 의약분업 시행을 90년 7월로 앞당기고 의사의 처방전은 1회에 한해 유효하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국민의 보건을 담당하는 의사·약사·한의사가 어떤 직능을 가질 것인가 하는 미묘한 문제와 얽혀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의협은 입법 예고안중 약국의 정의에서 「투약 지도를 하는 장소」라는 항목 2조 3항에 대해 『투약에 대한 지도는 의료행위의 일환으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며 의료인이 아닌 약사가 투약지도를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 삭제토록 요구하고 있다.
약사회는 전문 의약품의 정의 중 「의사의 감독 하에 사용되어야 하는」 항목 (2조13항) 에 대해 의사의 감독 하에 약사가 조제·판매하는 의미로 혼동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 이를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사용되어야 하는」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직능 영역 다툼은 약사와 한의사 사이에서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약사회 측은 한약도 전문 의약품에 속하는 것은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 부칙 3조의 경과조치 (한의사·수의사의 치료용 의약품 직접조제 허용)를 삭제토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사협은 한약 및 동물 의약품에 대해 의약분업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며 오히려 의약품에 포함되는지의 여부가 불분명한 한약을 명확히 규정해 한의사만이 한약을 조제한다는 항목을 신설토록 요구, 약사의 한약 조제권을 거부하고 있다.
약사회는 84년 이후 시험이 중단되고 있는 한약업사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현재 농림수산부 장관 소관으로 되어있는 동물용 의약품도 보사부 장관 소관으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3개 단체간의 엇갈린 이해와 주장으로 인년7월로 예정된 의약분업전망까지 흐린 상태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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