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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女 별 달기 정말 힘들까, 10대그룹 주력사 분석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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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66만6163개. 국내에 있는 기업체 수(2017년 기준)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인 셈입니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기 전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중앙일보가 새 디지털 시리즈인 [기업 딥톡(Deep Talk)]을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기업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꿈ㆍ희망ㆍ생활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기업딥톡]④ 대한민국 10대 그룹별 주력기업 여성임원 비율 분석

여성 임원 정말 적은가

출근 시간 직장인들의 모습. 대부분의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차근차근 '승진 계단'을 밟으며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 [중앙포토]

출근 시간 직장인들의 모습. 대부분의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차근차근 '승진 계단'을 밟으며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 [중앙포토]

기업마다 여성 인재 확대 방안을 고심한다. 대표적인 게 여성 임원 늘리기다. 지난해 말에는 기업 이사회에 한 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둘 것을 권고하는 법안(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기업딥톡 취재팀은 2일 ‘대기업에 정말 여성 임원이 적은지’를 분석했다. 분석은 재계 10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 10곳을 대상으로 했다.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 등이 대상이다.

각 기업이 공시한 3개년 치 3분기 보고서(2017ㆍ2018ㆍ2019년)의 ‘임원 및 직원의 현황’를 토대로 분석했다. 성별에 따른 임원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차원을 넘어 ‘남성 직원 대 남성 임원의 비율’, ‘여성 직원 대 여성 임원의 비율’을 구했다. 단, 사외이사와 기간제 근로자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여성 직원 대 여성 임원' 1위는 SK이노베이션 

분석 결과 10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여성 직원 대 여성 임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2019년 9월 말 기준)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여성 직원은 428명, 여성 임원은 5명(비율 1.17%)이 각각 재직 중이다. 이어 GS칼텍스(0.35%), 포스코(0.23%), 삼성전자(0.2%), 현대자동차(0.14%) 순으로 여성 직원 대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의 경우 여성 임원이 많을 것이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롯데쇼핑(0.06%ㆍ7위)과 이마트(0.02%ㆍ8위)의 순위는 높지 않았다. 회사를 통틀어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한화와 한국조선해양 두 곳이었다. 참고로 조사 대상이었던 10개 기업 중 롯데쇼핑과 이마트 두 기업만 여성 직원 수가 남성보다 더 많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재직 중인 여성 직원은 1만8149명이고, 남성 직원은 8136명이다. 반면 롯데쇼핑의 남성 임원 수는 106명으로 여성(10명)보다 10배가량 더 많다. 이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남성 임원은 42명, 여성 임원은 4명이었다.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수로는 삼성전자가 톱

여성 임원 숫자로만 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재직 중인 1053명의 임원 중 남성은 998명(94.8%), 여성은 55명(5.2%)였다. 조사 대상 10개 기업 중 남성 직원 대 남성 임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 비율이 5.48%나 됐다. 이어 SK이노베이션(5%), GS칼텍스(1.74%), ㈜한화(1.73%), 삼성전자(1.3%)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곳은 포스코로 0.43%에 그쳤다.

각 기업별 직원 대 임원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각 기업별 직원 대 임원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성 임원, '인재풀' 적다는 약점 

산술적으로만 볼 때 이들 ‘10대 기업의 직원 대 임원’의 평균 비율은 1.58%다. ‘남성 직원 대 남성 임원’의 평균 비율은 이보다 높은 1.9%, ‘여성 직원 대 여성 임원’의 평균 비율은 0.23%다. 여성 임원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에는 구조적인 이유도 일부 작용한다. 임원이 될 후보자 인재 풀(Pool)에 여성이 적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한 예로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에는 임원 바로 아래인 S1(부장급) 직급에 1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포진해 있지만, 이 중 10여명만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시무식에서 직원들이 '행복경영'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상단 화면은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이 경청하는 모습. SK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역대 최대인 7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사진 SK]

지난달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시무식에서 직원들이 '행복경영'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상단 화면은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이 경청하는 모습. SK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역대 최대인 7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사진 SK]

조사 대상 10개 기업 중 7곳에서 여성 임원 비율 높아져 

아직 턱없이 낮지만, 여성 직원 대 임원의 비율은 그나마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17년과 비교할 때 조사 대상 10개 기업 중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7개 기업의 ‘여성 직원 대 여성 임원’ 비율이 개선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특별히 여성인력 우대 정책은 없지만, 배터리 사업이 커지면서 기존 정유 사업보다 마케팅이나 전략 등 여성이 활약할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며 “이미 주요 부서의 장인 HR 전략실장과 경영전략실장이 여성 임원인 데다, 지금은 면접관이 놀랄 정도로 신입 직원 지원자 중에 여성들이 많은 만큼 여성 임원 비율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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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여성 임원보며 '역차별' 걱정 

최고경영진이 여성인력 우대 메시지를 강조하다 보니 기업 내에선 이들 여성 임원, 여성 관리자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남자 직원들 사이에선 여성 직원들이 승진 등에서 지나치게 배려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역차별’의 관점이 엄연히 존재한다.

롯데그룹 직원인 A 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이달 중 예정된 승진 인사를 앞두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이미 S2(차장급) 승진에서 한 차례 밀린 터여서 이변이 없다면 승진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혹시나 같은 사무실에 있는 여성 직원을 배려하다 재차 승진에서 누락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그는 “신동빈 그룹 회장이 2015년 ‘여성임원 비율을 30%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힌 뒤 인사 때마다 여성들을 공격적으로 승진시키고 있다”며 “여성이라도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정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이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여성 중간관리자 많아질때까지 '성장통' 

임원 직전 관리자급에서 여성들이 워낙 적은 지금의 상황이 일종의 '성장통'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재직 중인 한 여성 과장은 “당연히 상사로서 능력 면에서 남녀 차이는 잘 느끼지 못한다. 다만 워킹맘 입장에서 '아이 있는 여자상사〉 아이 있는 남자상사〉 성별과 관계없이 미혼이거나 아이 없는 상사' 순으로 마음이 편하다”라며 “어쨌든 여성 임원이 더 많아질수록 여성 직원들이 더 많이 육성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원한 한 대기업 부장은 "결국 기업이란 경영성과를 토대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는 여성 부장이나 임원의 인재 풀이 적다 보니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곤 하지만, 여성 인재 풀이 두터워지는 현재의 과·차장급 인원이 시니어 연차가 되면 논란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기ㆍ이소아ㆍ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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