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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확진자 간 명륜교회, 주일 현장예배 취소…종교계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교회 닫고 영상예배, 상상 못 한 일”

“여기저기 흩어져 오늘 거룩한 예배를 영상으로 참여하는 하나님의 모든 권속을 믿음으로 붙들어 주시옵시고 은혜 내려 주시옵소서.”(박세덕 명륜교회 담임목사)

2일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는 주일(일요일)을 맞아 현장 예배 대신 이 같은 내용의 설교 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6번 확진자인 55세 한국인 남성이 지난달 26일 명륜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 식당에서 식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남성은 지난달 22일 3번 확진자인 54세 한국인 남성과 식사를 한 뒤 27일 환자 접촉자 통보를 받고 자가 격리됐다. 30일에는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목사는 “오늘 아침 6시 인터넷 포털 검색어 순위에서 명륜교회가 1등을 했다”며 “우리에게 이런 어려움을 주셨지만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을 믿고 (영상으로라도) 거룩한 예배를 드리자”고 밝혔다. 또 “교인들이 주일에 모이지 않는 건 교회로서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렇게라도 예배드릴 수 있음에 감사드리자”고 설교했다.

2일 현장 예배가 취소된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출입문. [연합뉴스]

2일 현장 예배가 취소된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출입문. [연합뉴스]

명륜교회에 300통 전화 “소요 사태”

박 목사에 따르면 명륜교회는 6번 확진자가 다녀간 교회로 지목된 직후 1일 밤에만 문의 전화를 300통가량 받았다. 대부분 자신에게 신종 코로나가 옮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박 목사는 “이런 소요 사태가 계속되면 교회가 무너지고 (6번 확진자) 가정은 깨진다”며 “우리 모두 야단법석은 하지 말고 한적한 곳에 가서 조용히 기도하자”고 했다.

6번 확진자는 아내(52세 한국인 여성·10번 확진자)와 아들(25세 한국인 남성·11번 확진자) 등 2명에게 신종코로나를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6번 확진자가 접촉한 총 사람 수는 1일 기준으로 26명이다.

명륜교회는 “교회 건물은 지난달 31일 저녁에 완전 방역이 완료됐지만 성도와 주변 사람에게 덕을 끼치고 국가의 방역시책에 협력하기 위해 영상 설교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배 시 마스크 쓰라는 교회도

이날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는 현장 예배를 진행했지만,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했거나 신종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 성도에게 “유튜브를 통해 영상 예배를 보라”고 권고했다. 또 교회는 “현장 예배 시 마스크를 착용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각종 집회나 세미나 등의 취소도 잇따른다. 위러브(WeLove)가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5000여 명 규모로 개최 예정이던 찬양축제 ‘위러브 피에스타 인 서울’이 취소된 게 대표적이다. 버금아트미션이 28일 서울 은평구 서울재활병원에서 열려고 했던 선교음악회도 취소됐다.

2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의 성수대가 폐쇄됐다. [뉴스1]

2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의 성수대가 폐쇄됐다. [뉴스1]

명동성당은 성수대 폐쇄

천주교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날 서울 명동성당은 성수대를 폐쇄했다. 성수대란 성수를 담는 그릇으로 성당 입구에 설치돼 있다. 평소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대의 성수를 손끝으로 찍어 십자 성호를 긋는다. 명동성당뿐만 아니라 수원교구 관내 217개 본당 성당의 성수대도 당분간 폐쇄된다.

천주교 서울대 교구는 오는 6일 예정된 사제·부제 서품식과 관련해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가급적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불교 조계종은 지난달 31일 주지 스님들에게 “법회와 행사 때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를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열리는 방생법회 등 행사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최승임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코로나가 비말로 전파되고 2차·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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