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산 격리된 교민 "아침밥은 도시락…답답하지만 감사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탑승자 들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탑승자 들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비행기 타기 전부터 체온 재고, 건강검진표 이상 있는 사람 확인하고, 발열 증상 있는 분 다시 살펴보고, 마스크까지 전부 다 새 것으로 갈아 끼운 이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어요. 한명 한명 다 살펴보다 보니 늦을 수밖에 없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전날(31일) 1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유학생 A씨는 비행 출발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일 오전 8시 15분에도 우한 및 인근 지역의 교민 333명을 실은 2차 정부 전세기가 도착했는데, 원래 도착하기로 한 시간보다도 2시간 정도 늦어졌다. 이날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검역 과정이 오래 걸린데다가 우한 톈허 공항에 각국의 자국기가 모여들면서 혼잡해져 예상보다 출발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오전 귀국한 우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김포국제공항을 나와 임시생활시설로 향하고 있다. 운전자들도 모두 방역복을 입고 있다. 이후연 기자

1일 오전 귀국한 우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김포국제공항을 나와 임시생활시설로 향하고 있다. 운전자들도 모두 방역복을 입고 있다. 이후연 기자

이날 도착한 우한 교민들도 일반적으로 국제선 이용객들이 사용하는 출국장이 아니라, 전날과 마찬가지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나왔다. 모두 마스크를 쓴 채로 비행기에서 내린 교민들은 계류장에 마련된 간이 검진 시설에서 검사를 받은 후 배정받은 호송버스에 탔다. 교민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교민 중에는 최소 7명에게서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이중 4명은 중국 검역은 통과했지만, 비행기에 타기 전부터 발열 이상 증세가 있었다. 나머지 3명은 도착해 김포공항에서 검역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구급차에 나눠 타고 곧바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호송됐다.

1일 발열 증상이 나타난 우한 교민 7명을 태운 구급차가 김포국제공항을 나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1일 발열 증상이 나타난 우한 교민 7명을 태운 구급차가 김포국제공항을 나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특별히 발열 증상이 없는 교민들은 준비된 버스 30여대에 나눠 타고 오전 9시 30분쯤부터 충북 아산과 충남 진천의 임시생활시설로 향했다. 교민들을 실은 버스 앞과 뒤에는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경찰차가 1~2대씩 붙었다.

이날 서울김포비즈니스센터 출국장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다. 비즈니스센터 직원들도 출입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려 검사를 받았으며, 차량 자체에 대한 검역 및 검사도 진행됐다. 공항 관계자들은 매 차량마다 내부와 트렁크, 차 바닥까지 검사하며 출입을 통제했다. 현장에는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경찰 인력이 전날과 마찬가지로 투입됐다. 공항 계류장에도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수십대의 경찰 버스와 구급차들이 대기했다.

1일 오전 김포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 출국장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출입 차량을 정밀하게 검역하고 조사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1일 오전 김포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 출국장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출입 차량을 정밀하게 검역하고 조사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한편 전날 전세기를 타고 충북 아산의 임시생활시설에 도착한 A씨는 “어제는 정신이 없고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에 들었다”며 “오늘 눈을 떠 보니 시설이 쾌적하고 꽤 편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가 바로 숙소 앞까지 들어왔고, 내리자마자 각자 캐리어를 끌고 본인 방으로 들어갔다”며 “1인 1실이다보니 다른 분들은 전혀 만나거나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1일 우한 교민을 태운 경찰버스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임시생활시설로 향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1일 우한 교민을 태운 경찰버스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임시생활시설로 향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임시생활시설에 머무는 교민들은 최소 2주 동안 독방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생활하게 된다. A씨는 “오늘 아침은 도시락으로 육개장과 밥, 김치 이렇게 나왔다”며 “나가지 못해 답답하긴 하지만 TV와 인터넷이 다 되고 베란다가 있어서 외부 상황을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화로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면 최대한 들어주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며 “아직 초반이지만 2주가 얼른 지나가서 건강하게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